[젬렙] 구렁덩덩 선비님
2020. 10. 3. 08:53ㆍjam
플레이 타임: 약 5시간
[구렁덩덩 선비님]
“내가 바라는 것은 그대의 외면 뿐이야.”
*
제임스 헤이 장 X 제커리 레비
2020.08.03
*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둡고 우울한 날입니다.
하늘을 빈틈없이 메운 구름을 보면 비가 내릴 것 같기도 한데 이상하게 빗방울 하나 떨어지지 않습니다.
방 안이 어두워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작은 호롱불을 켜 놓았습니다.
고운 비단옷을 차려입고 낯을 밝게 하는 칠도 했습니다.
옷자락이 사락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고 진한 분내가 풍깁니다.
치장을 끝낸 지는 벌써 몇 식경 전이지만 저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내 가련한 인생도 끝이 날 것만 같아 문을 열기가 주저됩니다.
방 안에는 '나무 기러기', '작은 단지', '혼수품' 과 '함' 이 있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짧은 한숨을 쉬다가, 방안을 돌아보던 중 나무 기러기가 보여 그 앞으로 무릎 걸음으로 가본다.
구렁이 선비의 집에서 보내온 나무 기러기 한 쌍입니다.
기러기는 예로부터 믿음을 지키는 새로, 제 짝을 저버리는 일이 없고 한 쪽이 죽으면 다른 쪽도 따라 죽는 새로 여겨져 혼례의 가장 중요한 예물로 쓰는 장식품입니다.
제커리 레비 는 혼례의 구색을 맞추는 용도라 생각하며 흐린 눈을 하다가 작은 단지도 구경한다.
신부가 될 이의 사주와 당신과의 궁합이 적힌 사주단지입니다.
다만 그 이가 구렁이 선비라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요.
그 내용은...
다임 김. (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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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견고한 나무에 좋은 물이 흐르니 실한 열매가 맺히고 하늘 높은 줄 모르며 뻗어나간다.
제커리 레비 는 속으로 열매가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런 것일까 싶어 심각해진다.
제커리 레비:신부가 수컷인줄 알고 진노하는게 아닐지 몰라.
제커리 레비 는 단지에 더 특별한 것이 있나 살펴본다.
과연 그런걸까요...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사주를 보니 저와 나이차이가 꽤나 나는 군요. 구렁이가 연하였네요.
아니면 한갑자 연상이거나.
아니면... 몇갑자?
제커리 레비 는 숫자에 약해 금방 머리가 아파져 단지를 내려두곤, 나무 기러기에도 무엇이 쓰였을까 궁금해 다시 앞으로 가서 기러기 몸통을 들어 요리조리 살펴본다.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앗, 나무 기러기 두 개 중 하나의 목에 무언가 감겨 있어요.
작은 종이 쪽지 같은데…
[信信信也 疑疑亦信也] 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아직 어색하기 그지없는 꼬불꼬불 지렁이 글자에 눈앞에 바짝 가져와 띄엄띄엄 읽어본다.
지능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65/32/13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머리에 쥐남)
믿음... 에 대한 격언인 것 같습니다.
믿을 신 밖에 모르겠어요.
제커리 레비:지아비를 믿어라 뭐 그런거겠지.
제커리 레비 는 그래도 쪽지를 챙긴다.
레비는 얼렁뚱땅 넘어갑니다.
제커리 레비 는 얼렁뚱땅 혼수품을 구경하러 간다.
상대의 집에서 혼수품을 준비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 혼례는 조금 특이한 탓인지 마을 전체가 준비한 비단과 보석, 금반지 등 금은보화가 가득합니다.
제커리 레비:이해하기 어렵단 말이지.
제커리 레비 는 아마 이런 혼수에 저도 얹어져 재물로 가는게 아닐까 생각하며 혼수품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앗, 비단 틈에 부적이 하나 끼어 있습니다.
제커리 레비:음..?
제커리 레비 는 부적을 들어 살펴본다.
오컬트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25/12/5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악업...' 하는 글자밖에 못 읽겠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이게 과연 저를 위한 것일지 가늠하기 어려워 고민하다 제 옷깃 품으로 넣어둔다.
레비는 부적을 챙깁니다.
제커리 레비:관례적으로 넣어두는거라면 우습겠군.
제커리 레비 는 혼자 조소를 지었다가, 마저 무릎걸음으로 함 앞으로 간다.
나무로 만들어진 함입니다.
안에는 오방주머니와 함진아비가 쓰고 온 오징어 가면이 들어있네요.
제커리 레비 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오징어 가면을 게눈으로 보다가, 오방주머니를 살펴본다.
다섯가지 색이 예쁜 작은 주머니들 입니다. 팥이나 찹쌀 같은 것들이 주머니마다 다르게 들어가 있네요.
제커리 레비:(귀엽다.)
제커리 레비 는 오방주머니를 내려두고, 집게 손으로 오징어 가면을 들어본다.
슬쩍 구워서 술안주 하면 딱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커리 레비 는 살짝 도리질하며 오징어...가면을 내려두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문을 본다.
문을 보는데, 밖에서 "크흠..." 하는 헛기침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을 태우고 갈 가마의 가마꾼들이 당신을 재촉하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더 지체하면 밖에서 기다리던 무당의 불호령이 떨어질 것 같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다시한번 낮은 한숨을 쉬다가 결국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제커리 레비:(재촉하긴)
화려하게 치장된 꽃가마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 짙은 화장을 했지만 오늘 혼례를 올리는 당신보다는 수수한 차림의 무당과 함께입니다.
그럼요, 혼례의 당사자보다 더욱 눈에 띄면 안 되는 법이니까요.
무당:치장을 끝내셨군요. 가면서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속히 가마에 타시지요.
무당 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 가마를 가리킨다.
제커리 레비 는 뭐 할말이 더있다 싶어 고개를 갸웃하지만, 고개를 숙여 작은 가마 안으로 몸을 옮긴다.
미적미적 가마에 올라타면, 문이 닫히고 가마꾼들이 으쌰, 하는 소리와 함께 가마를 들어 올립니다.
옆에서 따라 걷는 무당의 발소리가 들려요.
무당:... 선비의 집은 저 멀리, 외딴 곳에 있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절벽이지요.
아무래도 가는 길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제커리 레비 는 벌써 작은 가마에 실려 말 타는 것과 달리 멀미가 느껴졌기에 갈 길이 멀다는 사실에 현기증이 난다.
제커리 레비:멀군요...
무당:가까우면 위험하니까요. 구렁이잖아요?
우선 집에 도착하셔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그입니다.
제커리 레비:경계하면 뭐 조금이라도 더 목숨 부지할 수 있습니까?
제커리 레비 는 속으로 그들이 어짜피 저를 죽으라 보내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의아해한다.
무당:...죽는다니요. 그런 불길한 말을.
그는 점잖은 구렁이 선비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군요.
제커리 레비:가는 길이 많이 남았으니 찬찬히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무당:...그는 과거에 부정한 일을 저질러 뱀의 저주를 받은 선비입니다.
그러나 마을을 위해 힘을 써주기도 했기에 신부님을 보내는 것이지요.
저주를 풀기 위해서 말입니다.
제커리 레비:그런 중차대한 일이라면 좀더 제대로 된 고운 신부를 보냈어야 할 일 아닌가요.
제커리 레비 는 진실을 알고나니 더 어처구니 없어진다.
무당:...여혜신의 신탁이 있었습니다.
제커리 레비:어떤 신탁이었습니까?
무당:제가 그걸 당신에게 말해선 아니 됩니다. 스스로 깨우치셔야 하니까요.
제커리 레비:그거 참 가혹하군요...
참으로 억울함이 가득한 사람인데, 깨달음을 얻을 시간과 고심이 많이 필요하겠어요.
제커리 레비 는 다시 기가차서 가마 안에서 턱을 괸다.
무당: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자연히 그리 된다 하였으니 그저 그를 배필로 잘 모시는 것만 유념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서도 그 자가 낯을 보여주려 들어도 절대 보아선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제커리 레비 는 사실 그녀가 제가 구렁이 집에서 도망가지 않도록 없는 희망을 심어주려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하며
제커리 레비:낯을 보면 어떻게 됩니까?
혼례를 올릴텐데 제가 제 지아비 낯도 못 본다는 소립니까?
무당:흉측한 구렁이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싶은건가요?
마치 레비의 취향을 깔보는 듯한 어투입니다. 설마 그러진 않겠지.
제커리 레비:그저 큰 구렁이의 자태인게 아닙니까.
(그게 흉측한가?)
무당이 할말을 잃은 듯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제커리 레비:아니, 그래서 보면 어떻게 되는지 대답하는게 어려운 일입니까.............
무당:...마음가는 대로 하시던지요.
무당 는 직접 보면 저러지 못할거라 여긴다.
가마의 창을 가린 휘장 너머로 작은 나무 함이 내밀어집니다.
무당:(마치 말을 돌리 듯) 합근례를 위한 술잔과 술입니다. 신랑의 집에 도착하여 합방을 하기 전까지 절대 열어보지 마셔야 합니다. 신성한 혼례에 부정이 타면 안 되니까요.
제커리 레비 는 나무 함을 받자말자 열어보고 싶어져 난감함을 느낀다.
제커리 레비:....네.
무당:대답은 잘 하시네요.
제커리 레비:...그..
구렁이 선비님은 제가 신부 아닌 신부인걸 알고 있습니까?
무당:...구렁이에게 그게 크게 상관 있겠습니까.
어딘가 찔리는 투입니다.
제커리 레비:대체로 상관하지 않습니까.
합방까지 들키지 말거라-나, 들키면 도망가라 이런 것도 없습니까?
무당:...목소리만 들어도 들킬것이고, 도망갈 길은 없습니다.
제커리 레비:외딴 곳이라 그렇습니까?
무당:신부이지 않습니까.
제커리 레비:제가 겁을 먹을 수도 있는거고..
무당:그러면 얼굴을 보지 말아야지요.
제커리 레비:좋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은 잔뜩 들었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무당:고민하며 그를 지아비의 예로 모시면 됩니다.
무당 는 조금 귀찮아 진듯
무당:그럼 저는 이만... 아무쪼록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짧은 인사를 남기고 멀어져갑니다.
제커리 레비:(도움이 안되네.)
저가 무당집에 패준 나무 장작이 얼마인데... 원망스럽습니다.
듣기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0/35/14 |
굴림: | 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가마꾼들이 숙덕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거기까지 갔다가 괜히 우리도 봉변 당하는 거 아녀?"
"그래도 이 방법밖에 없다잖어... 뱀이 또 창궐하면 어쩌려구."
"그렇지만서두 그 작자는 옳은 일을 한 것 뿐인디 왜 신의 노여움을 샀을꺼나... 싶구만."
"예끼, 그런 소리 하덜 말어. 신의 노여움에 이유를 찾으려 하지 말라는 말이 있잖여. 주제넘은 짓을 한 걸지도 모르제."
"아유, 아무튼간에 골치 아프게 됐어. 이따 밤에 불 놓고 나서 술이나 한 잔 하자구."
"쉿, 누가 듣기라두 하믄 어쩌려구. 입 다무는 것이 신상에 이로울 것이여."
제커리 레비:(내가 다 들었어.)
듣긴 들었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휘장 너머로 보이는 하늘은 해가 중천입니다.
문득 손에 들린 작은 자개 함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개 장식이 멋스러운, 뱀 모양의 자물쇠가 달린 함입니다.
무당이 열어보지 말라 신신당부를 했지만, 살짝 열어보는 것 쯤은 괜찮지 않을까요?
뭐 어때요, 어차피 상대가 구렁이라는 점에서 이미 정상적인 혼례가 아닌걸요.
열어보지 못할 건 또 뭐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안에 든 것은 그저 술병과 술잔일 뿐일 테니까요.
제커리 레비 는 미묘한 표정을 짓다가, 아랫입술을 살짝 문채 슬쩍 자개 함을 열어본다.
근력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힘 하나는 장사인 레비입니다.
뱀 모양 자물쇠가 끊어지며 달그락, 소리를 냅니다.
제커리 레비 는 자물쇠의 연약함을 느끼며 침을 삼키고 살짝 함 뚜껑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그 안에 보이는 것은, 술병과 술잔, 그리고 어쩐 일인지 작은 불씨가 붙어 조금씩 타들어가는 부적입니다.
웬 부적?
하고 생각하려는 그 때, 이상하게 달큰하고 묵직한 향이 코 주위를 맴돕니다.
험한 길을 꽤나 오래 왔는지 동요병, 그러니까 멀미가 난 것일까요?
머리가 지끈거리고 온 몸이 무거워 힘이 빠집니다.
멀미가 이런 것이었나, 가만히 생각해 보면 눈꺼풀마저 무거워져 눈이 스르륵 감깁니다.
이제 더는 꼼짝할 수가 없습니다.
손에 들고 있던 함이 툭 떨어져 바닥에 술잔이 나뒹구는 것이 감기는 눈꺼풀 사이로 보입니다.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 역시 함을 열어보면 안 되었던 것일까요?
이성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60/30/12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레비의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그 와중에, 가마가 크게 흔들리며 멈춥니다.
가마를 바닥에 내려놓는 가마꾼들의 소리가 들리고, 또 한 번 그들의 속삭임이 귓가에 닿습니다.
듣기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0/35/14 |
굴림: | 9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가마꾼들이 저들끼리 수군대는 소리가 들립니다.
"여까지 데려다 줬음 된 거겠지?"
"암, 우리는 기냥 신부 데려다 주라는 말밖에 못 들었은께. 어서 갑세, 여기는 한 걸음도 더 가고 싶지 않구만."
"저기가 그, 구렁이 선비가 사는 데란 말이지?"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구, 왜, 직접 들어가 볼 텨? 자기 모습에 놀라서 이르케 외딴 곳까지 숨어들었다나."
"아이구, 개죽음 당할 일 있어? 뒷일은 김 씨네가 알아서 해 주겄지...? 시작은 이따 묘초시 즈음이랬고... 그나저나, 신랑은 왜 안 나오고..."
"자초시, 그 때 서낭당 앞마당서 다 같이 모여서 여짝으로 온다고 했지. ...그냥 암 말도 하지 말고 가자구. 잠든 것 같은디, 이따 알아서 깨겄지."
이제 정말 구렁이 선비의 집에 혈혈단신으로 남겨지는 것인가요?
가물가물한 시야가 어쩐지 아까보다 뿌옇게 변한 것 같습니다.
이제 정말 간신히 눈을 뜨고 있기도 힘이 드네요.
*
까무룩 잠이 들었던가요. 아직도 손 하나 까딱할 수가 없습니다.
"가련하구나, 구렁이 선비의 신부라니."
누군가의 음성이 들립니다.
눈을 간신히 떠서 주위를 둘러보면, 검고 긴 머리를 한 아름다운 사내가 가마의 휘장을 걷고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내 장난이 너무 과했던 것인지 일이 이렇게 되었지. 그래도 별 수 있겠느냐, 나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그들의 잘못이 큰 것이겠지. 그건 저주란다. 그에게 내려진 것은 저주야. 구렁이가 된 그를 불쌍히 여겨 그의 본모습을 되돌려주고자 한다면..."
제커리 레비 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보려 한다. 될까?
움직이지 않습니다.
듣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성공 시 : "아이야, 너의 마음을 그에게 열어주거라. 이것을 주마."
사내의 손길이 부드럽게 당신의 저고리에 무언가를 매어줍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손 끝을 무의식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아, 이제야 몸을 조금 추스를 수 있겠군요. 몸을 일으켜보면, 저고리에 달린 은장도 노리개가 보입니다.
아까 그건 꿈이 아니었던 걸까요?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가요.
창 밖에는 뉘엿뉘엿 노을이 퍼지고 있습니다.
...창 밖...? 여긴 어디죠?
제커리 레비:(마음을 열라며 이런걸 매어주다니.)
당신은 작은 방 안에 있습니다.
포근한 향내가 은은하게 퍼지는 방에는 아까 열었던 '자개 함', 그리고 '커다란 장', '몇 점의 그림' 과 '꽃다발'이 있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아직 자개 함이 열려있나 싶어 살핀다.
제커리 레비:누가 여기로 옮긴거지, 나를.
분명히 이걸 열고 그 봉변을 당했으렷다.
안에는 타다 남은 부적 쪼가리와 금이 간 술잔과 술병이 있습니다.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80 |
판정결과: | 실패 |
부적을 살펴보자...
글자를 읽을 수 없습니다.
제커리 레비:...
睡眠... ?
뒤에 몇글자 더 있지만 그나마 익숙한 모양새는 이것 뿐입니다.
제커리 레비 는 다시금 부적을 잘 읽어보려 애쓴다.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78 |
판정결과: | 실패 |
그른 듯 합니다.
제커리 레비:(한자 좀 더 외워둘걸.)
제커리 레비 는 답답한 마음으로 부적을 두고, 옆에 금이 가버린 술잔을 본다.
예쁜 술잔입니다.
제커리 레비 는 술병도 살펴본다.
술병은 멀쩡합니다. 어떻게 살펴보나요?
제커리 레비 는 안에 담긴 술이 넘치진 않았는지 흔들어본다.
찰랑거립니다.
뚜껑이 단단히 잘 닫겨 있어요.
제커리 레비 는 그나마 조금 안도를 하다, 제가 가마 안에서 맡았던 진한 향의 출처가 어디인지 부적, 술잔, 술병 근처에서 차례로 킁킁거린다.
아무래도 부적 같습니다.
제커리 레비:좋은 부적인거 같진 않군.
제커리 레비 는 기실 이 부적의 효과를 제 신랑을 겨냥한게 아닐까 짐작해보며 함을 닫는다.
어느새 구렁이를 자연히 신랑 취급하는 레비입니다.
제커리 레비 는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장을 열어본다.
그 안은 텅 비어있지만 무언가 축축하고 비릿한 냄새가 살짝 풍기는 것 같기도 합니다.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좀 전까지도 사용한 듯, 먼지 하나 없고 사람의 손길이 탄 모습만 보입니다.
제커리 레비:(강행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다시 살펴보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아, 장롱 위쪽에 [책]으로 보이는 것이 몇 권 쌓여 있는 게 보입니다.
크기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는 장롱 위로 손을 쭈욱 뻗어본다.
제커리 레비:
기준치: | 80/40/16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조그마한 여성이었다면 모를까 레베는 건장한 장신의 남성입니다.
어렵지 않게 책을 손에 쥐었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책을 살펴본다.
날짜와 짤막한 글들이 쓰여 있는 것으로 보아 이것은 누군가의 일기인 것 같습니다.
핸드아웃을 확인해 주세요.
XX.XX.XX
마을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 원인은 역시 뱀? 요근래 마을에 뱀이 많아진 것 같아. 연안 마을에서 산에 사는 뱀이 이렇게나 많이 나올리가 없는데.
XX.XX.XX
뱀들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바다 절벽 아래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이상한 배를 발견했다. 겉보기엔 유령선 같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매우 정교하게 만들어진 선박이 보였다. 아무래도 뱀은 이 배에서 나오는 것 같다.
XX.XX.XX
해적선이었다. 뱀에 물려 죽은 마을 사람들의 물건들이 배에 실려 있었던 걸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배 전체가 뱀으로 득실거렸다. 확실히 이 배가 마을을 망치고 있어. 배를 불태우는 수밖에는 없을 거야.
XX.XX.XX
배를 불태우고 그들을 소탕하는 데에 성공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뱀에 물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괜찮은 줄만 알았는데, 점점 몸이 굳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날짜가 한참 지난 뒤 다음 일기가 이어집니다.
XX.XX.XX
이건 꿈이 아니었다. 며칠이 지나도 똑같은 사실은, 내가 뱀이 되었다는 것. 이럴 때일수록 머리는 빠르게 회전된다고 했나? 내 상태에 대한 것을 몇 자 적어본다.
첫째, 해가 뜨면 비늘이 돋다가 지평선 위로 해가 온전히 드러나면 커다란 구렁이의 모습으로 변모한다.
둘째, 해가 지면 점차 허물이 벗겨지고 태양빛이 완전히 사라지면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셋째, 비늘을 떼어내거나 벗은 허물을 태우면 그만큼의 신체 부위가 잠시간 사라진다. 왜 그런 것인지는 불명.
XX.XX.XX
여혜신?
XX.XX.XX
여혜신이라 자칭하는 작자가 찾아왔다. 근 시일 내에 내 혼례를 치를 거라고 말하며.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나 같은 괴물에게 장가 들 사람이 어디 있다고. ...그런데 그 사람이 이 저주를 풀어줄 수 있다나? 하지만 어떻게?
XX.XX.XX
내일이 혼례식이다. 물론 정상적인 혼례 방식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갖춰서 치른다고 한다. ...내 저주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없어. 그냥 돌려보내야겠지. 그리고 자결할 것이다.
제커리 레비 는 몇 자의 글귀만 읽었음에도 그에 대해 측은지심을 느꼈다가, 함부로 읽었다고 본인이 좋아할거 같지 않아 다시 장롱 위로 책을 올려둔다.
제커리 레비 는 장을 뒤로 하고 방 안에 놓인 그림을 살펴본다.
한지에 먹 선을 그리고 수묵으로 색을 입힌 그림들입니다.
그림은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들을 그린 것 같네요.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다란 그림 두 폭입니다.
그림의 위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눈길을 옮겨보면,
첫번째 그림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를 그린 그림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림에는 산을 넘던 어머니가 호랑이에게 잡히고, 호랑이가 어머니의 모습으로 변장해 오누이의 집을 찾아갔지만 오누이는 슬기롭게 쌀가루를 묻힌 거친 손이 호랑이의 손이라는 것을 알아채 끝까지 문을 열어주지 않는 장면들이 이어져 있습니다.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두번째 그림은 비슷하면서도 무언가 다른 느낌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산을 넘던 어머니가 호랑이를 만나 싸우다가 피투성이 만신창이가 되어 오누이의 집으로 돌아왔는데, 처음에는 거칠어지고 피가 묻은 어머니의 손을 보고 믿지 않으며 문을 열어주지 않는 장면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 아래 부분을 보면 문을 사이에 두고 어머니와 오누이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모습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림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오누이가 비록 망가진 모습의 어머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어머니라는 것을 깨닫고 문을 열어주며 포옹을 하는 결말이 보여집니다.
제커리 레비:....
그래도 행복한 결말이군.
제커리 레비 는 마지막 그림 한폭을 바라보며 슬며시 웃다가, 꽃다발을 살펴본다.
처음 보는 빛깔과 향기의 들꽃입니다.
마을에서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본 적 없었던 꽃들이 정갈하게 모여 있네요.
지능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65/32/13 |
굴림: | 3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이 꽃들이 바다 절벽에서만 피는 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꽃말은 아마, '믿음' 이었죠?
제커리 레비:설마 직접 준비한건 아니겠지.
제커리 레비 는 꽃말이 믿음이란 사실을 알게되곤 좀 차분해져버린다.
차분해진 사이...
문득 방 한쪽을 가리고 있는 검은 장막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것은...
...거대한 구렁이입니다.
차갑게 빛나는 두 검은 눈이 당신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성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59/29/11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제커리 레비 는 놀라는건 둘째고 이미 그가 다 지켜보고 있음을 깨닫곤 얼굴이 새빨개진다
제커리 레비:...그..
깜짝 놀랐지만 곧 진정합니다. 부끄러움이 더 컸거든요. 레비의 이성이 1 감소합니다.
제커리 레비:안..계신줄 알고...
눈과 눈이 마주치자 안광은 금세 그 자취를 감춥니다.
소름 끼치는 스르륵 소리와 함께 커다란 구렁이의 그림자가 움직이더니, 대답합니다.
헤이:...딱히.
서늘했던 안광과는 달리 무척이나 부드러운 목소리입니다.
헤이:오히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인걸.
위험할 뻔 했는데.
제커리 레비 는 제가 생각한것보다 묵직하고 부드러운 음성에 미묘해하며 장막에 적당히 거리를 두고 바닥에 폭 앉는다.
제커리 레비:...직접 데려와주신겁니까?
헤이:해가 기울어 지는데 오질 않아서.
제커리 레비 는 아마 그것이 제 잘못인걸로 알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진 못하고...
제커리 레비:덕분에 살았습니다.
헤이:...위험할 뻔 했어.
정말로.
봤겠지만, 그 함 안에 있던 부적은 수면독으로 쓰여진 강력한 부적이라.
레비가 부적을 읽을 수 있을거라 당연히 생각하는 투 입니다.
제커리 레비:제가 얼마동안이나 잠에 빠져있었습니까..?
헤이:그다지 오래 되진 않았지.
나야 언제 도착한줄을 모르니 정확하진 않지만, 새벽녘에 출발한게 아니라면야.
제커리 레비 는 속으로 이 수면독이 아마 그를 겨냥한거 같다는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서 말이 없어진다.
제커리 레비:신부 될 사람이 이 같이 생겨 놀라진 않았습니까.
헤이 는 꼬리로 바닥을 쓸어보인다.
헤이:내가 이 꼴인데.
제커리 레비:그래도 전 듣기라도 하지 않았습니까.
제커리 레비 는 장막 너머로 그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본다.
커다란 구렁이입니다.
헤이:...설마 정말 나를 신랑으로 삼을 셈처럼 말하는군.
그 부적을 보아하니 다들 나를 죽이려 드는 듯 싶은데.
제커리 레비:오늘 동이 트고 이곳에 올때까지도 죽는 목숨은 저 하나인줄 알고 있던 사람입니다. 되려 지금 이 상황이 이상하기만 하군요.
헤이:네가 휘말리면 같이 죽을 수도 있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무슨 계획을 세운거 같으니...
정사(情死)를 저지르고 싶은게 아니라면 떠나는게 좋아.
헤이 는 꼬리 끝으로 장막 너머 레비가 확인한 꽃다발을 가리킨다.
헤이:...저기 놓인 꽃이랑 같이.
제커리 레비:저를 위해 준비해두신 겁니까?
제커리 레비 는 같이 꽃다발을 바라보며 묻는다.
헤이 는 뭔가 저를 떠보는 투에 머뭇거린다.
헤이:절벽에서만 피는 꽃이니 이 곳에 왔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을 테지.
그러니 가져가.
제커리 레비:재미있군요. 오늘 죽을 것만 생각하고 온 사람인데, 제가 정말 돌아갈 곳이 있기는 한걸까요.
제커리 레비 는 저도 모르게 꽃다발을 바라보며 낮게 웃는다.
헤이 는 저 앞에서도 웃음을 터트리는 이가 예상외라 딱히 대답을 하지 않는다.
헤이:...설마 죽이기야 할까.
제커리 레비:그대도 기뻐 받아들인 혼사도 아니었나봅니다. 웃을 사람 없는 혼례가 되겠군요.
헤이:...꼭 나를 신랑 취급 하는 듯 한데.
제커리 레비:...오늘 그대에게 닥친 불행은 코쟁이 남자 신부를 얻는 것 하나라 생각했던터라.
헤이:그건 오히려 행운이지.
제커리 레비 는 너무 뻔한 하얀 거짓말이라 생각해 미묘한 표정을 짓는다.
헤이 는 딱히 더 부정하진 않는다.
제커리 레비:그래서 저는 이 모든 일을 한밤의 꿈처럼 여기고 돌아가면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헤이:부적에 당하기까지 했으니 악몽이겠군.
제커리 레비:그게 끝이겠습니까, 설마.
헤이 는 꼬리를 다시 제 몸쪽으로 말아선 몸을 웅크린다.
헤이:너에겐 끝이겠지. 내 호의를 받아드려.
제커리 레비:되려 그대가 제게 도와달라 했으면 기꺼이 그랬을텐데, 기분이 좋진 않군요.
헤이:...왜.
제커리 레비:...저를 필요한 곳이 없습니다.
뻔할 일이긴 했지만.
헤이:내가 외로워 보인건가.
제커리 레비:그렇다 말하면 신부의 도리에 어긋나려나요? 생각해본 적이 없어 모르겠군요.
구렁이가 호기심이 생긴 듯 고개를 내밀어 장막에 붙입니다.
헤이:스스로를 신부라 한다고?
조금 전에는 날 신랑 취급하더니.
제커리 레비 는 여지껏 크고 무서운 비범한 존재라 생각했는데, 호기심에 장막 가까이 고개를 붙이는 모습이 귀여워 입꼬리가 올라가는걸 들킬까 입술을 잠시 문다.
제커리 레비:싫다면 아니라 정정하시면 됩니다. 얼굴도 안보고 예물을 보내셔서 혼례가 정말 급한줄 알아 마음은 혼자 다 먹어서 기가 차 그런 겁니다.
헤이:...그러고 보면 이름도 모르는 군. 헤이라고 부르면 되네.
헤이 는 꼬리로 허공에 글자를 그려본다.
제커리 레비 는 적혀있어도 읽기 어려운 한자를 허공에 그리는 것으로 보아 알아먹기 어려웠지만 집중해서 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제커리 레비:제 이름은.. 제커리 레비입니다. 생소한 말인걸 알아 편한대로 불러주시면 됩니다.
헤이 는 다시 몸을 말며 그의 성을 이름으로 착각하고 중얼거린다.
제커리 레비:...도망가실 생각은 없는겁니까?
헤이:산으로 들어가면 정말 사람을 잡아 먹는 구렁이 요괴가 되겠지.
제커리 레비:생김새는 이렇지만 몇년 마을에 힘쓰는 일을 거듭하니 초가집 하나 쯤 만들줄 압니다.
헤이:구렁이인것을 들키면 어딜가든 너도 위험해 질것이다. 이리 끔찍한데.
제커리 레비:끔찍...하다기엔.
제커리 레비 는 잠시 손을 들고 머뭇거리다가
제커리 레비:쓸어봐도 괜찮습니까?
척 봐도 슬금슬금 몸을 말며 부드럽게 움직이던 구렁이가 뻣뻣하게 굳습니다.
동물 다루기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50/25/10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헤이 는 꼬리를 뒤로 뺀다.
제커리 레비 는 덩달아 놀랐지만 다시 천천히 손을 움직여 시도해본다.
다시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50/25/10 |
굴림: | 60 |
판정결과: | 실패 |
헤이 는 저를 정말 동물처럼 다루는 듯한 모습에 충격에 빠진다.
헤이:...정말 만져봐야 내가 헛것이 아닌지 알겠나 보군.
장막 너머로 뱀 꼬리가 슬쩍 나옵니다.
제커리 레비 는 계속 실패하다가 그가 직접 꼬리를 내어주는 모습에 눈에 띄게 기뻐하며 손끝부터 찬찬히 꼬리에 손을 대어 서늘한 비늘 위를 쓸어본다.
제커리 레비:...
매끈한데 말랑합니다. 체온보다 온도가 낮네요.
제커리 레비 는 앞뒤로 몇번 더 손을 움직이다가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뗀다.
헤이 는 그가 정말로 마음에 든 듯 쓰담는 것에 잠시 사고가 정지했다가 뒤늦게 다시 장막 뒤로 숨긴다.
헤이:...정말 담이 크다 해야할지.
그렇게 통성명도 하고, 꼬리도 만지다보니
어느새 붉었던 창 밖이 거뭇거뭇합니다.
해가 졌나 봅니다. 석양이 들었던 작은 방 안은 어둠으로 가득 차
이윽고 시야에 잡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쯤,
어느 한 구석에서 작은 불씨가 보입니다.
작은 호롱이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방 안을 따스하게 채우는 작은 불빛 안에 보이는 것은, 사람의 그림자입니다.
수수한 도포를 두른 이가 당신을 향해 허리를 숙이고 손을 뻗습니다.
그 낯의 음영이 확실하게 보여요.
고요한 방 안에 당신과 얼굴을 맞댄 그의 숨소리까지 들릴 것 같다고 생각한 그 순간,
그가 뻗은 손이 당신의 어깨 너머로 지나갑니다.
달그락,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더욱 밝은 빛이 발합니다.
헤이:...방 안이 너무 어두워서.
그가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뒤로 돌아 방 한 쪽의 장막 너머로 가 앉습니다.
한순간 보였던 그 얼굴은 금세 자취를 감춰 버렸네요.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검은 장막 뒤에 커다랗고 늘어져 보이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아, 저것은 허물입니다.
헤이 는 그의 시선이 닿는 것을 느끼고, 허물을 들고선 장막 너머 그의 옆으로 와선 커다란 장안에 넣더니, 다시 곧 장막 너머로 가버린다.
제커리 레비:매번 밤마다 이러는 겁니까?
제커리 레비 는 장막 너머의 그의 인영을 뚜렷이 가늠하려 집중하며 묻는다.
헤이:...매번 이렇지. 한때는 괴로워서 낮에 억지로 잠들곤 했네.
제커리 레비 는 커다란 장 안에서 풍기던 비린 향의 출처를 깨닫는다.
제커리 레비:...이제 뭐하나 무당의 말을 믿지는 않지만, 제가 그대의 얼굴을 봐서는 안된다 하였습니다.
헤이:...구렁이의 모습은 보지 않아서 다행이지.
제커리 레비:그럼 지금은 봐도 괜찮습니까?
헤이:구렁이 비늘이라도 붙어 있을까 걱정되는건가?
제커리 레비:..그냥 궁금할 수 있지 않나요.
헤이:사람처럼 생겼다.
구렁이가 되기 전에는 어디가서 못났다 소리는 안들었으니 지금도 관리가 안되었을 지언정 못봐줄 정도는 아니겠지.
제커리 레비 는 그러니 더 보고 싶어 앉은 자리에서 몸이 자연히 들썩인다.
제커리 레비:....제가 상상력이 좀 부족합니다.
닳지 않는데 한번 보여주실 수 있지 않습니까.
헤이:...
헤이 는 당혹스러워 한다.
제커리 레비:...한번만.
기준치: | 15/7/3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레비가 뭔갈 한거 같지만 통하지 않습니다.
제커리 레비:그럼 그냥 제가 안으로 들겁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헤이 는 그가 정말 장막을 걷어선 제 옷고름이라도 풀어버릴거 같아 일어서선 장막 너머로 갑니다.
헤이:(내려다보며) ...드센 ㅅ... 신부 일세.
헤이 는 신부라는 말이 낯설어 머뭇한다.
제커리 레비 는 여전히 무릎을 꿇어 앉은채 장막 너머로 넘어온 그의 얼굴이 상상 이상으로 비범하고 출중해 입이 작게 벌어진줄도 모르고 보고 있는다.
제커리 레비:...드세지 않았으면 다른 방도도 없었겠죠.
헤이 는 대답에 제 풀이 꺾인 듯, 옆에 털썩 주저 앉는다.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헤이:(하관을 가란채 시선을 맞추지 못한다.) 그래서...
제커리 레비 는 그제야 머리에 어울리지도 않게 장식된 거슬리는 것들을 짧은 머리에서 떼어낸다.
헤이 는 그런 모습에 움찔한다. 화가 난건가.
제커리 레비 는 머리가 가벼워져 한결 표정이 부드러워진채, 하관을 가린 그의 소매를 아래로 당겨내린다.
제커리 레비:그래서..살 궁리는 해둔 적이 없으십니까?
헤이:...이런 괴물이 살아서 뭘 하겠나.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잘못 본 것일까요?
방금 전 순간 분명히 구렁이 선비의 모습이 사라져버릴 듯 일렁였어요.
제커리 레비 는 일렁여 사라져버릴 듯한 모습에 놀라 그의 소매를 놓아준다.
제커리 레비:마을 사람들이 궤씸해서라도 잘 지내보겠단 생각이 들 수도 있죠.
저야 그들과 혈연 하나 없어 떠밀려 온 사내라 골라잡힌걸 알지만서도 그들이 미운데..
그대는 그냥 이대로 죽어도 괜찮은겁니까?
헤이:밉나?
마을에서 해꼬지라도 당해 그런건가, 아니면 구렁이에게 시집 온것이 서러워 그런것인가.
제커리 레비:시집을 빙자한 재물이라 생각했으니 서러웠지요. 그렇지만 세상을 사랑할 마음이 남지 않는게 꼭 그런 굉장한 일뿐이어야만 하겠습니까?
헤이:...돌아가선 그들을 용서하는게 네 최선이여도?
제커리 레비:그래도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헤이:마취향에 뭐가 더 들은건가. 왜 이리 판단을 못해.
제커리 레비 는 이젠 신부 흉내도 내지 않고 팔짱을 끼고 고민을 한다.
제커리 레비:...
헤이:나는 이런 나라도 서방이라 불러준 그대가 나와 함께 죽는 것이 싫네.
더 욕심내게 하지 말라고까지 이야기 해야만 하겠는가.
제커리 레비:구렁이의 모습이 아니어도 보일 수 없는 것이 제게도 있습니다.
..
제커리 레비 는 말을 꺼냈다가도 이러는게 맞는지 모르겠어서 미간을 좁히고 눈을 감는다.
헤이:...내가 그것을 궁금해 해도 될까.
제커리 레비:이대로라면 그대나 나나 둘 중 누군가는 죽을텐데, 중한 비밀도 못되는거 같으니 궁금해해도 괜찮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잠시 한숨을 쉰다.
제커리 레비:혈연 하나 없이, 타국에 밀려와도 사람이 살아갈 수 있지만, 제가 이곳 어디에 가서 제 입으로 누군가에게 단수지폐를 알릴 수 있겠습니까.
...그런겁니다.
제커리 레비 는 말을 끝내고선 시선을 돌린다.
헤이 는 갑자기 머리까지 짐승이 되어버린 것처럼 한번에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듣지 못하고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헤이:놀라야 하는건가?
제커리 레비:그대는 큰 구렁이의 모습을 하고 살아왔는데, 일부로 놀라는 척을 하지 않아주셔도 됩니다.
..내뱉고나니 참 그대 앞에선 별 것도 아닌듯 하군요.
헤이:정말로 별게 아니더군. 내 면을 어찌 그리 보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다니.
제커리 레비:.........
헤이:남자에게 시집온 마당에 그게 뭐가 흠이라도 될까.
제커리 레비:마을을 구하고 화를 입은 그대도 이제는 죽이려 드는 마을 사람이 이런 일에 마음이 넓을 리 있겠습니까.
헤이:그러고 보면 내 일기를 읽었었지. 재미있던가.
제커리 레비:.....그게, 정말 방에 저 혼자인줄 알고..
그런 책인줄도 몰랐습니다.
헤이:딱히 상관은 없지만.
동정심이라도 들었다던가.
제커리 레비:아니라하면 거짓이겠지요.
헤이 는 이유를 알아서인지 조금 경계를 풀고 가볍게 웃는다.
헤이:그래... 그럴 수도 있겠지.
제커리 레비:그리고 그런 드문 천성을 애틋하고 좋아하게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죠..
그래서 거듭..살아보지 않겠냐 하는 겁니다.
헤이:...점점 나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군.
제커리 레비:부담스럽다면 그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헤이:기대하게 돼.
제커리 레비 는 그 말에 다시 그를 바로 바라본다.
헤이:...거짓이 아니길 바라게 된다는 말일세.
제커리 레비:이게 거짓이라면 그대의 처음 모습을 보고 꽃다발을 들고 도망갔겠지요.
헤이:...내가 여기서 나도 너... 아니 그대와 같이 동성을 은애한다 하면 혹 기만으로 들릴까.
제커리 레비:갑자기 진짜 혼례를 들 마음이 들어서 그러십니까?
제커리 레비 는 그의 대답에 즐거운 듯 웃는다.
헤이:믿는건가?
제커리 레비:잘 모르겠습니다. 기만이 아니란걸 오래도록 증명하셔야 할거 같습니다.
헤이:날 욕심내게 하려는 수작인거 같은데.
제커리 레비:기분 나쁘십니까, 그래서?
헤이:마을 사람들이 신붓감 하나는 잘 골랐나보아.
제커리 레비 는 다소 어이 없어 얕게 웃다가 비현실적인 상황에 잠시 아무말 없이 그를 바라본다.
제커리 레비:..좋은 꿈이게 만들어주세요, 선비님.
헤이:...나를 살린 것도 마을 사람들이었네.
죽어야 했었는데 억지로 괴물이 되어서 사는 것이지.
있어서는 안됐다는 말이고.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14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다시 그의 모습이 일렁입니다.
제커리 레비 는 그런 그의 모습이 걱정스러워 그의 두 소매를 잡는다.
제커리 레비:재촉하기는 싫지만...이젠 결정하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헤이:...역시 안되겠어. 돌아가.
쓸데 없는 이야기로 너무 오래 잡아 두어버려서.
제커리 레비 는 금방 원점으로 돌아와버린 그의 말에 속으로 한숨을 쉬다, 이제는 소매 대신 그의 손목을 잡는다.
헤이:곧 해가 뜰거야. 그 전엔 움직여야지.
...레비.
제커리 레비:황소 고집일줄 알아 냉큼 무르는걸 보니 촉도 좋으시군요.
헤이 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막을 걷고, 문쪽으로 향한다.
헤이:꽃은 챙기고.
제커리 레비:...
제커리 레비 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근처에 있는 꽃다발을 챙겨든채 그가 하는양을 지켜본다.
헤이:...
그가 두꺼운 창호지가 발린 문을 열려고 하는데...
어라, 그런데, 그의 뒷모습에서 당황한 기색이 느껴집니다.
헤이:문이...
문고리를 붙잡고 세게 흔들어보았지만 무언가 걸리는 소리만이 덜커덕 날 뿐입니다.
제커리 레비 는 그 모습에 저도 일어나 그의 곁으로 온다.
헤이 는 문을 잡고 흔들다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한다.
헤이:설마... 벌써.
제커리 레비 는 그를 옆으로 몸으로 밀어 제가 문을 아예 부숴보려 한다.
근력 롤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콰직...!
나무 살이 부러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더욱 소란스런 사람들의 말소리.
"어어어, 빨리 저 괴물을 못 나오게 하지 않구!"
문이 부숴지는 것을 본 사람들 중 겁에 질린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황급히 헤이 쪽을 바라보자, 그 역시 당신만큼, 아니, 당신보다 몇 갑절 더 당황하고 질린 표정이에요.
괴물이라니, 그를 말하는 게 맞나요?
마을 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횃불이나 쇠스랑같은 것이 들려 있습니다.
누가 괴물이고 누가 사람인지, 애초에 나쁜 것은 괴물인지 사람인지.
잠깐만요, 이게 무슨 냄새죠?
코를 찌르는 이 냄새는 기름 냄새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집을 빙 둘러 나무 창까지 바닥에 꽂혀 있어요.
이게 그가 짐작하고 있었던 마을 사람들의 '계획' 이라는 걸까요?
어느새 먼산에는 동이 트기 직전입니다.
검었던 하늘은 밝아오고 있지만 이 곳에는 어둠이 덮쳐오는 것만 같습니다.
무당은 신방울을 마구 흔들어대며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그 뒤에 선 몇몇 사람들은 손으로 빌며 함께 연신 한 문장을 되뇌이고 있습니다.
시끄러운 방울 소리에 헤이는 귀를 막고 비틀댑니다.
제커리 레비 는 당황하다가 헤이의 몸을 부축한다.
제커리 레비:헤이..?
그의 몸을 부축하느라 잡은 손목 안쪽부터 부드러운 피부가 강도를 더하고 쪼개져 비늘처럼 변합니다.
"어서 불을 놓도록 해! 얼른!"
설마 지금 이 집에 불을 지르려고 하는 것인가요?
선두에 선 이들이 횃불을 들고는 있지만 당신을 보고 주저합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누군가가 앞의 사람을 밀치고 나서며 바닥을 어지럽힌 마른 가지들 틈으로 횃불을 던집니다.
"에라, 모르겠다! 여혜신이시여, 저희를 굽어살펴 주시고..."
불길이 순식간에 크게 번지고 그와 당신을 함께 집어삼킬 듯 무섭게 타오릅니다.
기름이 타는 냄새가 매캐하게 퍼지는 와중에, 품에서 커다란 움직임이 느껴집니다.
"으악! 괴물로 변했다! 구렁이로 변했어!"
누군가의 비명에 뒤를 돌아보면, 방금까지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던 그는 온데간데 없고 커다랗고 무시무시한 구렁이 한 마리가 위협적으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그의 몸을 끌어안은채 화마를 피할 곳을 둘러보다 제 품의 커다란 것을 본다.
그 크기가 보통의 뱀의 것이 아니라 올려다보아야 할 정도입니다.
이성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59/29/11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아, 장막 너머에서 봤던 모습입니다.
커다란 구렁이의 뒤로 밝아오는 해가 보입니다.
해가 뜨면 구렁이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것이 사실이었군요.
아비규환도 이런 아비규환이 없습니다.
주변은 불길에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매캐한 연기에 정신이 흐려지는 것 같고,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갈팡질팡합니다.
그 순간, 뒤에서 쉭쉭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몸체가 지면을 끄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제커리 레비 는 소매로 입앞을 가린채 콜록인다.
커다란 구렁이가 꼬리를 휘둘러 불이 붙은 나뭇가지들을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쳐냈습니다.
사람들은 더욱 혼비백산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야단법석이 났습니다.
몇몇 사람들의 옷에는 불똥이 튀어 그걸 끄느라 또 난리입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뭘 할 수 있죠?
머리 속이 새하얗게 변해 아무 생각도,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어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그의 검은 두 눈이 당신을 곧게 응시합니다.
그리곤, 무어라 말할 틈도, 어떠한 행동을 할 새도 없이 커다란 구렁이가 당신의 몸을 휘감습니다.
머리로는 불이 붙은 나무 더미들을 밀어내고, 그 여파로 살갗에 붙은 불씨가 타닥 소리를 내며 구렁이의 몸을 파먹어갑니다.
뜨거운 불길과 사나운 뱀에 모두가 도망치고, 주변에는 업화 뿐인 이 순간, 구렁이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자아내며 당신과 함께 점점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불길이 덮쳐오는 바람에 바다 절벽 그 끝에 아슬아슬하게 내몰린, 당신을 감싸안은 구렁이의 몸이 점차 기울고,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벼랑 끝에서 빠르게 떨어집니다.
풍덩!
마침내 차가운 새벽 바다에 큰 파도를 일으키며 빠진 그 때,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관찰 롤을 굴려주세요.
제커리 레비:
기준치: | 75/37/15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덮쳐오는 바닷물에 시야가 흐려집니다.
...
작게 파도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젖은 머리칼을 넘겨주던 손길, 옷매무새를 바로 해주던 손길이 느껴졌던 것도 같습니다.
손길은 묘하게 서늘하면서도 부드럽고 따뜻했었던가요.
저고리에서 무언가 뜯겨나가는 소리가 들린 듯 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눈물 섞인 목소리도.
헤이:...네가 나를 버렸어야 했는데.
미안해.
...
...바다의 짭짤한 소금기가 코를 간지럽힙니다.
정신이 좀 드나요, 제커리?
제커리 레비 는 정신을 차려보려 애쓰며 눈을 뜬다.
기억을 돌이켜보면, 아무래도 저 높이 보이는 절벽에서 떨어진 것 같습니다.
절벽 위에는 다 무너진 집에서 검은 연기가 솟고 있고, 연기 사이로는 태양이... 태양이 보이지 않습니다.
검은 원이 태양이 있어야 할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제커리 레비:..저건 대체 무어지/
제커리 레비 는 잠시 마른침을 삼키다 주변을 둘러본다.
제커리 레비:헤이..?
주위를 둘러보면 멀지 않은 곳, 파도가 넘실거리는 곳에 피투성이가 된 한 사람이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제커리 레비 는 물에 젖은 옷깃에 휘청이며 그에게 달려간다.
제커리 레비:헤이?
헤이 는 고개를 들지 않는다. 아니 못했다.
헤이:...다친 곳이 심하지 않아서 다행이야.
제커리 레비:그대는? 상처가 심해보여..
제커리 레비 는 앞에 같이 무릎을 꿇어 그의 상태를 살핀다.
헤이:...이걸 좀 빌려도 될까.
그의 손에는 당신이 착용하고 있던 은장도 노리개가 들려 있습니다.
칼집은 옆에 나뒹굴며 파도와 함께 왔다갔다하고,
칼 끝은 부들부들 떨리며 그의 심장을 향하고 있습니다.
제커리 레비:헤이..?
제커리 레비 는 놀라서 그런 그의 두 손목을 꾹 움켜쥐어 제 쪽으로 당긴다.
제커리 레비:그만두어.
헤이:...
견디지 못하겠어. 이런 괴물이 된것도, 괴물이 된 후에야 너같은 신부가 생긴것도.
그래.
차라리 네가 날 죽여줄래? 괴물 뱀을 죽였다 하면 어딜 가서든 대우 받겠지.
서서히 하늘이 밝아지고 있습니다.
태양을 가렸던 달 그림자가 움직이고 있어요.
그와 함께, 그의 피부에 다시금 뱀의 비늘이 돋습니다.
헤이 는 많은 것을 놓은 듯 비어버린 눈으로 검은 비늘이 돋은 제 양손을 바라본다.
헤이:봐... 나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내가 사람일때 사람으로서 죽게 해줘.
제커리 레비 는 그런 괴로워하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덩달아 저도 속으로 아파하였고, 이내 그의 손에서 다시 빼앗아 든 단도를 본다.
제커리 레비: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게 가장 아픈걸 나는 알아.
제커리 레비 는 손 안에 든 단도를 모래사장 멀리 던져 버리며 그의 몸통을 끌어안는다.
제커리 레비:그대가 싫어도 나는 그 모습도 좋으니...
대신 나를 원망해줘.
그대가 싫다면, 낮에 그대와 자고 밤을 거닐어도 좋네.
그러니 좀더 나와 살아줘, 헤이.
...
차가운 은장도에 그의 온기가 서려 있습니다.
이렇게 따뜻한 손으로 자신의 목숨을 버리려 했던 걸까요.
그가 흐느끼는 소리가 파도치는 소리에 묻혀 사라집니다.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구렁이의 모습도, 지금 이렇게 처연한 인간의 모습도 모두 그가 가진 모습인걸요.
그의 면모 중 어느 것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의 말을 들은 그가 고개를 들고 당신의 눈을 바라봅니다.
눈과 눈이 마주합니다.
햇빛이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백사장에 부숴지는 포말과그의 젖은 머리칼이 볕을 받아 반짝입니다.
해가 떴지만, 눈 앞에 있는 것은 온전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미소짓는 모습입니다.
*
끝맺음 셋
아름다운 그대는 하나뿐이죠.
헤이 장 생환
제커리 레비 생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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