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고녹매] 너를 내가 되돌려줄 100시간
2020. 10. 20. 16:58ㆍma
플레이타임: 약 8시간
[너를 내게 되돌려줄 100시간]
2020.10.19
마고 x 녹매
깊이 패인 너의 바다에도 빛이 난다고 나는 눈빛으로 말해줘야지
/엄지용, 눈맞춤
-
[ —다음 뉴스입니다.
연합 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의 생산공장을 올해 안으로 2배이상 늘릴 것이며
감염자에 대한 수용시설 또한 확충할 것임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학자들 사이에서 치료제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원인은 찾지 못하고 있으며…..]
당신은 건조한 표정으로 어제자 재방송인 뉴스 화면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습니다.
정오를 살짝 넘긴 시간, 병동 앞 대기실은 tv화면의 뉴스 소리나 간간히 들리는 대화 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
좀비 사태가 발발한 후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4시간 안에 감염된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의해 인류는 이대로 멸망되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좀비 사태 이후 25개월이 지난 후인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학자들에 의한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가 개발되었고,
인류는 이를 희망이자 구원이라 불렀습니다.
물론 치료제의 공식이 적힌 낡은 노트를 작성한 사람이 녹매고
그것을 가져온 사람이 당신이라는 것은 아주 소수의 정부 관계자만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요.
당신은 가방에서 몇 일 전에 당신 앞으로 온 편지를 꺼내 펼칩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 내용을 거의 다 외워버린 편지는 구겨지다 못해 너덜거립니다.
핸드아웃 확인해주세요.
안녕하세요, 마고 님.
녹매씨의 치료 날짜가 결정되었습니다.
치료제 투여는 11월 13일 오후 1시에 예정되어 있습니다.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 Pi1225-NM 는 투여 후 시간의 경과에 따라 순차적 단계로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
1단계. 치료제 투여 전, 바이러스에 완전히 감염된 상태로, 흔하게 우리가 ‘좀비’라고 부르는 단계입니다.
2단계. 치료제 투여 24시간 후. 활력징후(체온, 맥박, 호흡, 혈압) 이 정상에 가까워지며 공격성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인간보다는 좀비에 가까운 상태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합니다.
3단계. 치료제 투여 48시간 후. 흔히 말해 이성이 돌아와, 이 단계부터 환자와 의사소통, 즉 대화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의 대부분이 드문드문 기억상실 증상을 보이는데 약의 부작용인지, 바이러스의 부작용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4단계. 치료제 투여 72시간 후. 몸 안의 바이러스가 대부분 사멸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일부 바이러스들은 불활성화 상태로 존재하는 ‘보균자’ 상태입니다. 완치자와 다르게 좀비 바이러스 감염의 최종 단계를 나타내는 ‘시력’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입니다.
5단계. 완치 단계로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완전히 사멸되어 1달 안으로 시력이 돌아오게 됩니다. 몇가지 검사를 추가로 받은 후 격리시설에서 퇴원할 수 있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대로 녹매씨는 현재 아리마테아 병원의 수용시설에 격리되어있으며 치료제 투여 후 3단계 부터 면회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마고님이 인류의 재건에 지대한 공헌을 해주신 것을 감안한 바, 동봉한 확인서와 함께 11월 14일에 수용시설을 방문하시면 자세한 치료절차를 안내해드립니다.
녹매 씨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20xx년 11월 5일, 연합정부 바이러스 관리팀 올림
마고 는 구겨지고 더덜거리는 종이를 복음서라도 되는양 손가락 사이에 끼워 몇번이고 다림질 하며 눈으로 반복해 읽는다. 말라버린 눈시울이 다시 붉어지자 고통이 비벼져 빨개진 피부가 아려왔고, 그보다 종이에 떨어질까 싶어 고개를 돌려 어깨에 눈을 눌렀다. 가늘게 떨리는 손이 여전히 종이를 쥔 채 무릎 위로 떨어진다.
마고:녹매야...
치료제가 완성된 후인 이듬해 1월,
연합정부는 파이로젠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전면적으로 공표했습니다.
하지만 희망을 갖기도 잠시, 사람들은 또 한번의 절망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치료제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이러스에 대한 치료제를 투여받은 후 완전한 인간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치료제를 투여했음에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비활성화 상태로 몸 안에 계속 남아있는 사람들 또한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바이러스에서 돌연변이 같은 것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학자들은 치료제를 조금씩 바꿔 나가며 계속해서 실험을 거듭했지만
불특정 다수에 대해 치료제가 효과를 보이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가 직면한 또 하나의 난관이 있었습니다.
만들어져야 하는 치료제의 양에 비해 공장과 자원은 부족했습니다.
또한 치료제를 투여한다고 무작정 감염자들이 인간으로 돌아온 것도 아니니,
결국 정부는 그들을 수용소에 모은 후 생존자들에 의해 신원이 확인된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치료제를 투여하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연합정부는 당신의 말에 따라 노트의 작성자인 녹매를 찾는 것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알다시피 정부는 그것 말고도 할 일이 많으니까요.
멸망 이후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한 세계는 평화로웠던 시절보다 모든 것이 몇배로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당신 역시 세계를 재건하기 위한 생존자의 일원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정부는 수용소의 좀비들 중 녹매를 찾았고,
몇달을 기다려야하는 다른 감염자들과 다르게 녹매에게는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치료제의 투여가 결정된 것입니다.
이 곳 아리마테아 병원은 당신이 사는 곳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는, 안전지대 외곽에 위치한 병원입니다 .
좀비 사태 이후 폐병원이 된 곳을 건물 통째로 좀비 바이러스 감염자들을 위한 시설로 쓰고 있으니 병원보단 수용소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마고 는 주변을 둘러본다.
병동 앞 면회실에선 당신을 포함한 스무명 남짓한 사람들이 저 안에 있을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긴 긴 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염자들이 입원하고 생활하는 병동은 외부의 출입이 차단 된 폐쇄병동이기 때문이죠.
마고 는 제 시계를 확인한다.
마고는 초조한 마음으로 시계를 확인하던 차,
편지와 함께 본인확인을 거치고 접수를 마친 당신은 녹매가 있다는 7층으로 안내를 받았습니다.
[ 11월 14일 오후 12시 50분 ]
정오를 넘기고 오후 1시에 가까워질 때,
당신은 비로소 직원이 당신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고:...
“마고 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마고 는 대답하다가 혀를 씹는다.
마고 는 편지를 다시 가방에 넣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긴다.
짧은 복도를 지나, 당신은 굳게 닫힌 철문 앞에 도착합니다.
직원이 카드를 찍자 문이 열리며 병동의 모습이 보이네요.
중앙 스테이션을 주위를 둘러싸는 병실들과 처치실,
면회실,
심지어 협소하지만 ‘환자들’을 위한 휴게공간…
겉보기에 이곳은 평범한 병동입니다
마고 는 고개를 돌려 녹매를 찾아본다.
이런 곳에서 녹매가 지내고 있는걸까요.
주변을 잠시 둘러보지만, 그럴 틈을 주지 않고 직원은 빠른 발걸음으로 당신을 한 진료실로 안내합니다.
진료실은 한쪽 벽 가운데 널찍한 유리창이 있는 것만 빼면 평범합니다.
마고 는 벽에 붙어 서서는 그 너버를 보려한다.
마고는 금방 이것이 반대편 방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창이라는 것을 깨닫고 바라봅니다.
그러나 지금은 반대쪽 방의 불이 꺼져 보이지 않습니다.
마고:녹매야...?
레나 리센:일단 앉으시죠.
당신이 자리에 앉자 손에 든 차트를 확인한 의사는 당신에게 말합니다.
마고 는 창문에 미련 넘치는 손자국을 낸 후에 어깨를 펴지 못하고 자리에 앉는다. 고개를 숙여 제 손에 얼굴을 파묻고.
마고:...대체 언제쯤.
레나 리센:안녕하세요, 미스터 마고.
저는 72병동 담당의사 레나 리센 입니다.
녹매의 보호자, 맞으시죠.
이미 dna나 지문 등으로 본인 확인을 거쳤지만…
절차라는게 있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잠깐만 확인을 하겠습니다.
마고:네... 맞습니다.
대답을 들은 그는 책상 옆에 있는 리모콘의 한 버튼을 누릅니다.
그러자 얼마 후,
쾅!!!!!!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불이 켜진 유리창 너머에는 녹매가 서 있습니다.
헤어진 후 처음 보는 녹매는 당신이 기억하던 녹매 이던가요?
그는 바이러스의 감염자, 좀비잖아요.
창문 너머에서 낮은 신음소리가 들리고, 창과 맟닿은 이마에서 흐르는 피가 뭉개집니다.
마고 는 뭔가 판단하기도 전에 그대로 일어서서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달려가 저도 유리창에 붙어 서서 그를 살핀다. 다리에 힘이 풀린듯 무릎을 꿇으며,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마고:녹매야...
환자복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유리창 너머에 서 있는 녹매.
마고 는 간신히 그에게서 눈을 때서는 고개를 돌려 동앗줄이라도 되는양 바라본다.
마고:...녹매가 다치잖아요. 선생님.
당신을 알아본걸까요, 아니면 그저 빛에 반응한걸까요.
회갈빛 눈동자의 동공은 희게 번뜩입니다.
마고 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손함을 담아 애원해본다.
의사는 이런 면회자를 다수 마주한 탓인지 조금은 덤덤하게 헛기침을 하며 일부러 시선을 피한다.
레나 리센:....녹매가 맞습니까?
마고 는 다시 고개를 돌려 녹매의 행동을 눈으로 쫓는다. 여전히 무릎을 꿇고 올려다 보는 채로.
마고:...네.
그는 당신의 대답을 듣고 차트에 무언가를 적고, 다시금 버튼을 누릅니다.
불이 꺼지자 좀비,
아니, 녹매가 어둠속으로 삼켜지고,
새카만 유리창엔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레나 리센:보다시피...
지금 상태에선 면회가 불가능합니다.
면회가 허용되는 건 3단계 부터 입니다.
이미 편지에 동봉된 안내자료를 보셨겠지만...
다시 한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치료제는 어제 오후 1시에 투여된 상태입니다.
레나 리센:녹매는 현재 2단계의 상태이고요.
치료제를 처음 투여 받은 환자,
그러니까 좀비는 100시간동안 1단계부터 4단계를 거치며 서서히 인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100시간 후 5단계가 되어 완치 판정을 받을 경우 퇴원이 가능합니다.
마고 는 100시간이라는 말에 웃음을 터트린다. 충분히 이상해 보일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의사는 그런 그의 행동을 의야스럽게 여기지만 마저 이야기를 합니다.
레나 리센:첫 치료 시 완치율은 대략 30%정도이고, 4단계에서 5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면 이곳 병원에 격리된 채 추가적인 치료를 받게 됩니다.
완치된 환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좀비일 때는 의식도 기억도 없는 상태였다고 합니다.
치료제가 투여되며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죠.
현재 연구가 이루어 지고 있지만 학자들은 바이러스 감염 후 좀비가 될 때 파이로젠 바이러스가 뇌에 침입한 결과로 기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물 부작용인지, 바이러스 때문인지 아직 모르지만 3,4단계의 환자들이 이따끔 액팅 아웃,
그러니까...발작을 하며 공격성을 보이는 때가 있습니다.
레나 리센:이런 일이 일어날 경우 안정제를 투여한 후 독방에 얼마동안 격리하는데 그러면 수 시간 후에 괜찮아지므로,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드릴 설명은 여기까지 입니다.
마고:...걱정하지 않아요. 원래도 툭하면 절 때리곤 하던 친구라.
마고 는 마치 심각성을 모른채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대답한다. 여전히 시선을 녹매에게 고정한채.
레나 리센:질문이 있으십니까?
최대한 대답해드리고 싶지만 아시다시피 대기 인원이 많아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마고:제가 계속 여기에 있어도 되나요.
그의 질문에 난감한 표정이 됩니다.
마고:하루가 지나면 만날 수 있나요.
레나 리센:그렇습니다.
마고 는 비로소 일어나 녹매와 시선을 맞춘다.
마고:...녹매야. 형이야.
검은 방 안의 녹매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마고를 보고 있을까요?
마고 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부른다.
마고:녹매야.
검은 유리창에 점점 일그러지는 당신의 표정만이 보입니다.
그 때 짧은 노크 소리가 들리고 아까 그 직원이 들어와 말합니다.
“선생님, 대기 환자가 많습니다.”
레나 리센:...죄송합니다만, 이만 가보셔야겠군요.
내일도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면회가 가능할 것입니다.
마고 는 마치 저가 좀비라도 되는양 주먹으로 유리창을 치며 절박하게 외쳤다.
마고:녹매야!
마고의 행동에 직원이 다가와 마고를 유리창에서 물러나게 합니다.
"이 이상 소란은 곤란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마고 는 녹매가 다시 창문쪽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허무하게 몸이 끌려 물러난다. 대답도 사과도 없이 문을 열고 나선다.
대답도 사과도 없이 진료실을 나가자 직원이 마저 당신을 출구로 안내합니다.
그가 입구 옆에 출입 카드를 찍자 병동의 자동문이 열리고,
당신을 앞서 밖으로 나간 요원이 다음 차례의 대기자를 호명하는 바로 그 순간,
"거기 비켜!!!"
-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볼 새도 없이,
당신의 뒤에서 달려온 누군가가 당신을 밀치고 문 밖으로 뛰쳐나갑니다.
민첩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75/37/15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답지 않게 당신은 그만 중심을 잃고 땅에 넘어지며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보균자가 탈출했다!!”
“72병동 환자 탈출, 지원 바란다!!”
마고 는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한다.
당신을 밀치고 병동을 뛰쳐나간 건 환자복을 입은 ‘보균자’ 입니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지 비틀거리면서도 날쌘 걸음으로 복도를 달리는 그를 피해 복도의 대기자들이 홍해처럼 갈라집니다.
마고 는 '보균자'를 향해 달려간다.
마고는 용감하게 '보균자'를 잡기 위해 달립니다.
마고의 도움과 이내 지원요청을 듣고 반대쪽 복도에도 나타난 보안요원에 의해 붙잡힙니다.
곧이어 병동에서 달려온 다른 직원들에 의해 사지에 억제대가 채워집니다.
마고:...녹매야.
이 모든 과정이 5분도 안 되는 찰나에 이루어지고, 짧은 탈출이 끝난 그는 장정들의 손에 들려 병동 안으로 짐짝처럼 운반됩니다.
“나가게 해줘, 나는 인간이야, 갇히기 싫어, 나가게 해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는 무거운 철문 뒤로 사라지고, 복도엔 무거운 적막이 감돕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직원은 다음 차례의 보호자를 호명하고,
남은 대기자들은 다시금 순서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아마 여기 있는 모두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겠죠.
바이러스에서 완치되지 못한다면, 내 소중한 누군가는 평생을 저 안에 갇혀 지내야 할 것이라는 것을요.
과연 당신의 녹매는 당신 곁으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마고:...
마고 는 주변의 의료인 아무나 잡고 물어본다.
마고:저기.
"네, 무슨 일이시죠?"
마고:...방금 그 사람은 보호자가 없는건가요.
"보호자도 신원도 확인되어 약물을 계속 투여받고 계시는 환자입니다."
"아마...4단계에서 진척이 없어 그런 탓이겠죠."
마고:...시력만 없는거라면 보호자가 돌보는게 더 문제 없을거 같은데요.
"보호자분도 언제라도 이성을 잃은 환자분께 공격을 받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완치 전까지는 시설에 격리되는 것이 정부 정책입니다."
마고:...4단계여도?
"그렇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많은걸요. 시설에서 계속 완치가 될 때까지 치료제를 투여 받으며 경과를 관찰해야 합니다."
마고 는 고개를 끄덕이곤 불안감에 제 주먹을 움켜쥔다.
마고 는 녹매가 지근거리라는 생각에 좀처럼 병원을 나서지 못한다.
돌아오는 길엔 꼭 당신의 마음처럼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 껴 있습니다.
...
[ 11월 14일 오후 3시 40분 ]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거실의 소파에 쓰러지듯 눕습니다.
하루 종일 날이 흐린 탓에 불을 키지 않은 널찍한 거실은 어둑합니다.
마고 는 그새 입에 붙어버린 욕짓거리를 몇번이고 내뱉는다.
지금 당신이 살고 있는 이 집은 연합정부가 생존자들에게 제공한 안전지대 안의 아파트,
그 중에서도 제일 넓고 좋은 축에 드는 곳입니다.
4인 이상 가족들에게 주어지는 넓은 아파트에서 당신은 혼자 살고 있는 것이나, 매달 나오는 지원금 같은 것…
멸망 이후의 이 과도기에 당신은 부족한 것이 없게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야 노트를 완성한 것은 녹매지만 노트를 가져온 것은 당신이니까요.
그래 봤자, 녹매가 곁에 없다면 이런 모든 것들은 무슨 상관일까요.
마고 는 붓다 못해 헐어버린 눈가를 손으로 가려 꾹꾹 누른다. 시계 초침 소리에 신경이 닳아 버릴것 같았고, 사진 플래쉬가 터지듯 떠오르는 녹매의, 저를 알아보지 못하는 녹매의 모습이 진득한 생각을 방해한다.
가만히 누워 있으니 온 신경이 다 타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차라리 뭐라도 하는게 좋을지 몰라요.
멍하니 집안을 둘러보니 정돈되지 못한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녹매의 일에 정신이 팔려 있느라 집안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100시간이 지나기까지 남은 시간은 대략 72시간.
희망을 놓지 말아야죠,
그게 설령 30%의 희망일지라도.
언젠가 녹매가 당신 곁으로 돌아올 때, 이런 엉망인 집으로 돌아오게 할 순 없으니까요.
우선 너저분한 거실부터 치워봅시다.
소파 위에 켜켜히 쌓인 겉옷들, 탁자 위의 다 마신 컵들, 구석구석 먼지들도 가득이네요.
마고:...원래 녹매가 다 해줬는데.
마고 는 제가 무슨 말을 내뱉는 줄도 모르는 것처럼 주절거린 후 소파에서 일어난다. 문득 신발을 그대로 신은 제 모습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고, 녹매가 기겁할거란 생각에 피식거렸다.
마고:혼내겠지...
손재주 롤 굴려주세요.
마고 는 아무런 계획없이 외출했을 때 쌀쌀하다 싶으면 아무거나 하나씩 사서 입었던, 그래서 쌓여버린 겉옷들을 챙겨 모은다.
마고:
기준치: | 55/27/11 |
굴림: | 4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옷들을 차곡차곡 개서 걸고,
컵들을 치우고,
먼지까지 닦아내니 너저분하던 거실이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해졌습니다.
녹매가 다시 돌아온다면 칭찬까지 해줄지 모르겠어요.
그 다음은 침실입니다.
매일 잠을 자는 곳이니 그만큼 정돈되지 못하는 공간이죠.
마고 는 칭찬도 어수룩하던 그가 떠올라 점심적 만남을 잊은 듯 피식거린다. 기분이 좋아져선 침실로 향했다.
구겨진 이불과 카펫,
책들과 서류들이 널부러진 책상,
구석에 대충 던져놓은 양말 등…
한창 던져놓은 양말로 녹매에게 잔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손재주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55/27/11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재활용 안했다고 혼내면... 여긴 할 필요 없다고 할까.
이불과 카펫을 반듯하게 펴고,
책과 서류들을 정돈해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마고:양말 짝이 안맞는다고 하면, 이젠 내가 짝짝이여도 신는다 하면 놀래겠지.
구석구석 벗어놓은 양말들은 빨래바구니로 던져넣습니다.
마고:또 이불에서 다른 여자 머리카락 찾으면 어떡하지.
...치워둬서 오해하면.
...녹매야.
미고의 머리카락만 조금 남겨두는게 좋을지 모르겠군요.
마고 는 우는지 웃는지 알기 힘든 얼굴로 혼잣말을 뱉다가 결국 한번 무너져버린다.
....마고는 깔끔해진 침실 한가운데서 넋을 놓고 맙니다.
그래도 움직여야만 해요. 아니, 그래야만 숨을 쉴 수 있을거 같습니다.
주방이 마지막으로 남았습니다.
언제 마지막으로 정리했는지 기억 조차 나지 않는 냉장고와 몇일은 밀린 설거지거리,
꽉 찬 쓰레기통,
당장 청소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아요.
마고 는 제 부엌꼴을 처음으로 객관적으로 살핀후 어이없어 한다. 뭘 해먹는 적도 없는거 같은데.
손재주 롤 굴려봅시다.
마고:
기준치: | 55/27/11 |
굴림: | 5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능숙한 손길로 그릇들을 한데 모아 씻고,
냉장고의 오래된 음식들을 정리하고 쓰레기통을 비우고,
세탁기까지 돌렸습니다.
주방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요.
녹매가 본다면 생활력이 늘어난 당신을 보며 놀랄지 모르곘습니다.
청소를 끝내고 마무리로 환기를 시키기 위해 거실의 창문을 엽니다.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깨끗해진 집을 돌아보자 뿌듯하고 또…
마고 는 바람에 머리가 날리는 것을 느낀다. 그새 감당하기 힘들만큼 주렁주렁 걸리버렸지만 차마 자를 수 없었다.
힘이 쭉 빠지며 배가 고파와서 일까요, 머리가 유난스래 무겁게 느껴집니다.
아까 냉장고를 정리하기도 했고, 마침 저녁 시간이네요.
장을 보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마고:...
마고 는 머리를 대충 둘둘 감아서 고정시키곤, 지갑을 챙긴 채 집을 나선다.
가볍게 채비를 하곤 얼마간을 걸어 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가게로 향합니다.
길목에 위치한 상가들은 문을 닫은 곳 보다 연 곳이 더 많습니다.
마고 는 간단하게 데우거나 끓이기만 하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한다.
재정비를 거쳐 곧 오픈을 앞두고 있다는 가게들도 보여요.
아침에 들렀던 안전지대 외곽에선 병원을 제외하곤 아무 것도 없었는데요.
거주 구역을 주변으로 상권이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걸까요.
저녁 시간이 가까워져서인지, 마트 안엔 장을 보는 사람들이 꽤나 많습니다.
신선한 재료들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서, 마고는 조리하기 쉬운 캔 음식 등을 찾아봅니다.
마고 는 정육점으로 간다.
마고는 가까운데 위치한 정육점으로 향합니다.
파이로젠 감염은 인간에게 한정된 탓인지 정육점 또한 제대로 열었습니다.
마고 는 가장 싼 살코기 부위를 반근 정도 구매한다.
마고는 싼 살코기 부위를 구매합니다.
마고 는 차례대로 다른 가게에 가서는 가지나 양배추같은 야채를 잔뜩 구매한다. 달걀도, 과일도 듬뿍 듬뿍. 고기를 제외하곤 혼자 먹을 양이 아닌것마냥.
마고는 이제는 제법 익숙하니 필요한 식재료들을 척척 골라 장을 봅니다.
혼자서 야채도 듬뿍 구매하다니, 녹매가 보면 웃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고 는 다른 가게에 들려서 도톰하고 푹신한 실내복을 골라본다.
마고는 나온 김에 실내복들을 골라봅니다.
양팔이 간만에 무겁습니다.
마고 는 마치 크리스마스라도 준비하는 것마냥 희망에 가득차서 집으로 돌아간다.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준비합니다.
조촐한 저녁상이지만 이렇게 제대로 끼니를 챙긴 것도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달그락거리는 식기 소리를 제외하고 집 안은 고요합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간간히 메꾸는 것은 윗집에서 들리는 티비 소리,
옆집 가족들의 대화 소리,
마고:...
웃음 소리…..
불이 켜진 주방을 제외하고 집 안은 어둡습니다.
마고:방음이 이렇게 안됐었나.
마고 는 우울함을 벗겨내듯 괜히 혼잣말을 해본다.
식탁에서 일어나 거실으로 한 발만 내딛으면 그 곳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무(無)의 공간일 것만 같아요.
마고:...
이 넓은 공간과 어둠 속에서 느껴지는 호젓한 외로움에, 당신은 그릇을 치우고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 눕습니다.
잠이 들기 전 언젠가 녹매와 함께 이스트베일의 마을에서 나란히 누웠던 침대가 문득 떠오르네요.
마고:...
녹매야.
세상을 떠돌아다니며 잠시 잠을 청한 그 곳의 낡은 침대 위에서 그 때 우리가 무슨 대화를 했었는지,
녹매는 나를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았는지…
녹매와 함께한 시간을 되짚어보면 생생하게 기억나는 순간들도 있지 꽤나 옅어진 기억들도 많네요.
내일 녹매를 만난다면 기억이 돌아오는건 당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잠에 듭니다.
...
[ 11월 15일 오후 1시 ]
다음 날 당신은 시간에 맞춰 병동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어제와 같은 직원이 오늘은 당신을 사무실이 아닌, 녹매가 있다는 병실로 안내합니다.
“면회시간은 오후 다섯시 까지입니다.”
마고 는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녹매를 찾는다.
마고:녹매야...?
작은 병실 안은 낮인데도 커튼을 쳐 놓아 어둑합니다.
유일한 광원인 정면의 tv에선 대기실에서 나오던 것과 같은 뉴스가 틀어져 있고
작은 화장실과 냉장고, 벽에 붙은 서랍장,
그리고 방 안을 제일 크게 차지하는 침대에 앉아 있는 녹매.
그는 멍한 표정으로 tv화면을 바라보다 정확히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녹매:....마고?
….헤어진 후 이렇게 만나는 것은 몇 년 만인가요.
마고 는 눈이 마주친거 같은 착각이 들자마자 달려가 온몸으로 안았다.
마고:녹매야.
가까이서 본 녹매는 당신이 기억하던 마지막 모습보다 훨씬 마르고 수척한 모습입니다.
좀비로 변하고 난 후 생긴 상처일지, 몸 군데군데엔 반창고가 붙여져 있습니다.
관찰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75/37/15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당신은 문득 이 작은 방의 천장에 cctv가 달려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고보니 면회 전 서명했던 동의서에 감염자와 일반인의 면회는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감시카메라가 있는 방에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바로 이런 것이었나 보네요.
녹매:...
녹매 는 머뭇거리며 그의 품안에서 어색하게 두 팔을 벌리고 있는다.
마고 는 몸을 조금 때어내고 저도 침상에 앉아선 그의 얼굴을 잡고 이마를 맞댄다. 차마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리움에 눈물을 흘리며
마고:녹매야...
녹매 는 조금 떨어진 그의 표정을 보다가 떨어지는 눈물을 보곤 느즈막히 손을 올려 그의 한쪽 뺨을 훑어내준다.
녹매:네가 마고구나. 내 보호자.
마고 는 제 볼을 타고 내려가는 손을 잡아선 다시 제 얼굴에 붙인다.
마고:맞아. 내가 네 보호자야. 녹매야. 기억 안나?
녹매:잘, 모르겠어...내가 기억하는건 정말 조금이야.
내가 이래서 네가 속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마고:네가 기억 못해도 괜찮아. 녹매야.
마고 는 그가 제 얼굴을 더듬길 바라는 듯 손을 고쳐 붙였다.
마고:전혀 속상하지 않아, 내가 전부 알려줄게.
녹매 는 그런 그의 행동에 손과 몸이 움츠러든다.
마고:...보고 싶었어.
행복해서 죽을거 같아.
마고 는 그런 그의 몸짓을 눈치채지 못한다. 심장이 터질것처럼 박동하고, 눈물을 흘리면서도 금방이라도 환호성이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녹매:나도 너와 같은 기억을 가져서 같이 울 수 있었으면 좋을텐데...
기억나지 않아.... 나는 뭐였던거지.
마고:...내 녹매였어.
내 삶의 이유.
녹매:나한테도 마고는 그런 존재였어?
마고:...물어 본적은 없어.
하지만... 키스를 해주고, 언제나 고맙다 했지.
가끔 밉다고 하긴 했는데, 진심은 아니였을거야.
...그래야 하는데.
녹매 는 그의 대답을 듣고서야 조금 긴장을 느슨하게 한다.
녹매:...그렇구나.
마고:토마토는 결국 못 길렀어. 내가 기르면 죽어버릴까봐. 네가 준건데.
녹매:왜 마고가 기르면 죽어? 내가 마고한테 기르라고 줬어?
마고:나보고 야채 좀 먹으라고 줬지.
네가 없어도 잘 챙겨 먹으라고.
이 정도면 날... 조금은... 나만큼은 아니더라도... 네가... 나를.
마고 는 차마 물음이 나오지 않아서 그대로 고개를 숙여 이마를 닿게 하고선 침묵한다. 날 좋아한거지? 조금은.
녹매 는 말을 마저 하지 못하는 그의 옆 얼굴을 손가락 끝으로 더듬거려보다가, 어깨 너머로 흘러내리는 긴 붉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훑어 만지작거린다.
녹매:기억나면 좋을텐데...
있지, 난.
빛이 없는 크고 넓은 방에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갇혀 있었어.
그러다 누군가 나를 끌고가서 주사를 놓고, 또 다시 어두운 방에 갇혔는데 그땐 혼자였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가늠 할수 없었는데…
그 때 밝은 빛이 비췄고,
마고:아팠어?
녹매:거기로 또 갔는데 뭔가가 나를 막는 벽이 있었어.
근데 그 너머에 네가, 마고가 보였던거 같아.
그래서 네 이름만 기억났어.
마고 는 생채기가 난 그의 손을 들어다가 그의 눈치를 보며 입을 맞춘다. 피하지 않는지 긴장하며.
마고:나였어.
녹매 는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오무렸지만 손을 빼내진 않고 그의 입술을 더듬어본다.
녹매:마고는 나한테 소중한 사람인거 같아.
그래서 기억하는거겠지.
마고:...
녹매:여기선..모든게 규칙적으로 흘러가.
기상, 식사, 약먹기...
신체검사, 점심,
마고 는 차마 더 말하지 못하고 가만히 듣는다. 더 울어버리면 꼴불견일것 같아서.
녹매:그리고 또 약을 먹어.
마고:아프진 않지?
녹매:모르겠어.
그 때 몸에 도는 감각이 아픔이라면 아픈거겠지?
그렇지만 방에 혼자 있을 때 느껴지는 정적보다 힘든건 없어.
마고 는 슬쩍 자국만 생길 정도로 손등을 물어본다.
마고:아파?
곧 나랑 계속 있을거야.
녹매 는 시선을 내려 제 손등을 본다.
녹매:뭔가 느껴져.
마고:...아프지 말아야 하는데.
녹매:마고는 계속 여기에 나랑 있는거야?
다른 사람들은 이런 방을 6명이서 같이 쓴데.
근데 나는 특별 취급이라고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
열심히 무언가를 기억해보려 해도 기억 중간중간 먹칠을 한거 처럼 떠오르지 않아.
나는 어디에서 살았고, 무얼 좋아하고 싫어했는지...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녹매:네가 오기 전까지 나는 모든 나를 잃어버린 느낌이었어.
마고:...너는 나랑 살았고, 요리를 좋아했어. 혀를 섞지 않는 가벼운 키스랑, 향이 강하지 않는 나물 요리도. 술도 좋아했나. 싫어하는건 더러운거랑.
낭비하는거...
다정하고, 자존심 강하고, 그리고... 에쁜 사람이었지.
녹매:...그렇구나.
녹매 는 그의 단어 하나하나를 기억해보려고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며 끄덕인다.
녹매 는 실감이 나지 않지만 그렇기에 자신이 그를 기억하는 것이라 납득하여 푸슬거리는 그의 머리 끝을 손안에서 굴린다.
마고:...내 머리카락을 빗기는 것도 좋아했고.
녹매 는 잠시 미간을 찌푸리다가 그의 어깨를 두손으로 밀어내고서 제 머리를 감싼채 고개를 푹 숙인다.
녹매:.....아, 으...내가 그러려던게 아니야...
아냐, 난....
마고 는 놀라서 그의 고개를 들어서 저를 보게 한다. 탁한 그의 눈에 시선을 맞추고.
마고:녹매야?
녹매:..이뻐서, 만진건데..그렇지만
내가 움켜쥐면, 아아..
마고:녹매야 아프면 더 생각하지마. 녹매야.
녹매:그렇지,만.. 기억하지 않아도 나는.
나는, 괴물인데.
마고:네가 왜 괴물이야.
녹매:내가 사람들의 살을 뜯어 먹으면서 살아왔어..
마고:잘했어 녹매야.
녹매:비명을 지르는..사람의 머리채를 잡고 뜯어먹었어.
...내가 그 사람들을 죽인거야..
마고:착하다. 그런데도 먹은거지?
죽여도 돼 녹매야.
녹매 는 그런 대답을 하는 마고를 공포스럽게 바라보다가 팍 밀치고 몸을 웅크린채 덜덜 떤다.
녹매:마,고...왜 그렇게 말해...
마고 는 밀쳐지지 않고 그대로 안아든다.
마고:그래서 네가 살았으니까.
녹매: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죽었어야했는데.....
마고 는 평정심을 잃고 벼락같이 소리친다.
마고:네가 왜 죽어!
네가 왜 죽어 녹매야.
너는 죽으면 안돼.
마고의 호통소리에 녹매가 일순간 고개를 홱, 치켜올리곤...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쿵!! 하고 벽에 등이 부딪히고 곧바로 녹매의 억센 손아귀가 당신의 목을 조여옵니다.
마고 는 반항하지 않는다.
마고:...녹매야.
녹매:
기준치: | 15/7/3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마고:괜... 찮아... 녹매야.
당신을 노려보는 붉게 충혈된 흰 눈동자에서 흐르는건 눈물입니다.
언젠가 본적이 있는 그 살기 어린 눈빛에 가슴이 섬짓합니다.
왜 그가 울고있는 걸까요.
녹매:난, 나는...정말 그러고 싶었던게 아닌데...내가...
목을 조르는 녹매의 손길을 뿌려치지 못하고 숨이 부족해질 때 쯤 방 문을 열고 보안요원들과 의료진들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보안요원이 당신에게서 녹매를 때어내고 억제대를 채우는 사이 직원 중 한명이 당신을 방 밖으로 내보냅니다.
“괜찮으신가요? 잠시 나가 계셔야 겠습니다.”
마고 는 의료진을 향해 외친다.
마고:다치게 하지 마세요.
다치게...
당신은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문 밖으로 밀려납니다.
마고 는 명령하듯 나오는 말을 억지로 가다듬고 무력감에 눈을 감는다.
...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얼추 정리된 듯, 문을 열고 나온 레나 리센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 리센:보다시피 어제 말씀 드렸던 상황입니다.
진정제를 주사했으니 곧 괜찮아 지겠지만, 원칙적으로 이런 상황이 있으면 최소 24시간동안 면회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내일은 면회가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상태가 안정되는 것을 지켜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셔야겠군요.
마고:...진정제는 몸에 괜찮은 물건인가요?
레나 리센:본래 좀비가 아닌 인간 환자에게도 쓴 약이니 괜찮을겁니다.
마고 는 마른 세수를 하고 한참 땅을 보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더니 한숨을 내쉰다.
마고:...24시간이 지난 후에는 안정만 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언제라도. 정말 언제라도 괜찮으니까.
레나 리센:...네, 잘 생각하셨습니다. 24시간이 지낸다면 다시 연락드리거나, 찾아오셔도 괜찮습니다.
마고:제가 먼저 찾아와도 되나요?
레나 리센:내일만 아니면 됩니다.
마고:...잘 부탁드려요. 아픈거 싫어하고, 엄살이 심하니까.
이런 약속을 하기엔 어려운 자리였지만 그 상대가 마고와 녹매이기에 힘겹게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마고 는 다시 한숨을 쉬고 병원을 나선다.
[ 11월 15일 오후 5시 20분 ]
어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온 당신은 소파에 앉아 아까의 놀라고 비참한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날이 흐린 탓에 불을 켜지 않은 집 안은 어둑합니다.
불과 몇시간 전만 해도 녹매와 대화를 나누던 것은 그저 찰나의 환상같이 느껴집니다.
닫힌 문의 틈새에서 새어 나오던 녹매의 울음 섞인 비명소리와 의료진들의 급박한 대화 소리….
소란스러웠던 병동과 다르게 어제와 같은 적막함이 집 안에 가득 차올라 마치 그 속에서 익사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때 소파의 한 구석에 올려져 있는 tv의 리모콘이 보입니다.
마고:...
마고 는 무언가 소음이 필요했기에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켠다.
당신이 tv를 틀자 최초로 치료제에 의해 인간으로 돌아온 00씨에 대한 인터뷰가 나오네요.
“.....그럼 다음 질문을 해볼게요.
선생님이 파이로젠 바이러스에서 완치하실 수 있게 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치료를 받을 때 제 아내가 매일같이 병원을 찾아왔어요.
옛날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보여주면서 제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해주고,
저를 지지해줬어요.
아내의 정성이 통했는지, 어느 순간부터 제가 인간이라는 확신이 들고 아내 곁으로 돌아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때를 믿을 수 없어요,
서서히 시력이 돌아오면서 아내의 얼굴이 처음으로 다시 또렷하게 보였던 그 순간…
제 아내가 없었으면 저는 아직도 병원에서 나오지 못 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
그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앉는 사람의 손을 꼭 붙잡고, 화면엔 잔잔한 나레이션과 함께 감성적인 멜로디가 흘러나옵니다.
당신은 그런 티비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습니다.
마고:...감동적이네.
마고 는 머리카락이 바닥에 닿는 것을 신경쓰지 않다가, 본인의 소지품 중 그의 물건이 있는지 고민해본다.
녹매의 기억이 돌아올 만한 물건은,
이 집에 있는 것은 녹매가 작성하던 낡은 노트 한권 뿐입니다.
하지만 녹매가 그런 것까지 기억을 할까요?
녹매에게 중요한, 녹매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 있을 곳,
집은 너무 멀지만, 둘이 오래도록 머물렀던 별장이라면.
마고:...
당신은 가물거리는 별장의 주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봅니다.
마고 는 입안살을 물고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단단히 올려 묶는다. 그리고선 두툼한 외투와, 목이 긴 부츠를 챙겨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장갑을 끼기전 휴대폰으로 검색을 시도한다. 여즉 외우고 있는 주소가 스스로도 신기했다.
검색 결과에 같이 나온 안내 메세지.
[해당 구역은 오염구역이므로 일반인들은 출입을 삼가해 주세요.]
...좀비 사태를 조금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한 이후 세계는 가장 크게 세가지 구역으로 나뉘었습니다.
캘버리 교도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인간들이 생활하는 도시 [안전구역],
좀비들을 모두 ‘청소’했지만 아직 사람들이 살지 않는 빈 도시인 [청결구역],
그리고 여전히 좀비들이 남아있는 [오염구역].
당신은 녹매와 헤어진 이후 쭉 안전구역에서 생활했지만, 아직 바깥엔 좀비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는 곳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전엔 녹매를 찾기 위해 위험한 도시를 다녔다면,
마고 는 다시 맨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더니 앓는 소리를 낸다. 멀까?
이제는 녹매의 기억을 되찾아 주기 위해 또다시 위험을 감수할 차례입니다.
도보로 가기엔 꽤 먼 거리입니다.
다만 근처까지 다니는 버스가 있는 모양입니다.
아침 일찍 첫차를 타는게 좋겠어요.
마고 는 부츠를 벗지 않은채 다시 소파 위로 몸을 던지곤 TV를 본다.
마고:멍청해진 기분이야.
늘 그렇듯 지푸라기라도 잡은 심정이었으니깐요.
그렇지만 이럴 때일 수록 이성을 잡아야합니다.
시간이라도 남는데 배낭을 챙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신은 창고에서 낡고 헤진 배낭을 꺼냅니다.
녹매와 함께 안전지대를 향해 떠돌던 시절에 사용했던 배낭은 여전히 튼튼하네요.
배낭 안엔 그때 사용했던 물건들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마고 는 다시 한숨을 내쉰다.
오래된 라디오,
찌그러진 생수병,
양말을 씌운 싸구려 와인병,
유통기한이 지난 약상자 등…
마고 는 권총을 어디다 뒀었는지 살핀다.
마고:...열어볼 생각도 못했네.
보면 쓴맛이 감도는 권총이지만, 언젠가 필요할거란 생각에 서재의 서랍에 넣어두었던 것을 기억해냅니다.
마고 는 빈 생수병을 버리고, 와인병을 옆에 놓아두고, 약상자를 보다가 낮게 호흡을 고른다.
마고 는 한참 울것같은 기분에 움직이지 못하다가 서재로 향했다.
마고는 어렵사리 서재로 몸을 옮깁니다. 난리통에 책은 별로 없지만, 책상과 책장 등 갖춰질건 다 있습니다.
마고 는 책상 서럽을 뒤져본다.
서랍을 열면 깊은 안쪽에 무겁고 차가운 권총을 금방 찾아냅니다.
마고 는 탄창을 분리해 안쪽을 살펴보더니 여분의 탄약도 찾아본다.
1d7 굴려주세요.
마고:=
rolling 1d7
()
3
3
안전을 위해 탄창을 비워둔 탓일까요, 탄약을 3개 찾아냅니다.
마고 는 탄약을 챙기며, 어차피 저는 사격에 재능이 없다며 스스로 다독인다.
마고 는 다른 무기로 쓸만한 것을 찾아본다.
일할 때 쓰는 진압용 곤봉이 있습니다. 이제는 좀비를 살상하는건 권장되지 않으니깐요.
마고 는 곤봉을 챙기면서도 다른걸 찾아본다. 안되면 가는길에 뭐라도 줏어야지.
그 외에는 녹매와 생존길에 사용한 컴뱃 나이프 정도가 전부입니다.
마고 는 나이프를 가방이 아니라 주머니에 집어 넣는다.
마고:...녹매가 야구배트 잘 썼는데.
마지막으로 녹매와 함께 펼쳐보던 지도를 가방에 넣고,
만반의 준비를 마친 당신은 내일의 여행을 생각하며 일찍 잠을 청해봅니다.
녹매의 기억을 되돌리기 위한 여행을요.
-
[ 11월 16일 오전 9시 ]
다음날 아침 당신은 일찍이 도시의 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별장은 당신이 있는 도시의 안전지대로부터 버스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또 얼마간의 거리를 걸어야 하는 꽤 멀리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그야, 당신과 녹매는 살아남기위해 원래 지내던 곳을 버리고 긴긴 여행을 했으니까요.
버스 안에 앉아있으니 라디오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고 는 라디오 소리에 집중해본다.
[ —그 다음 날씨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몇 일간 계속해 흐린 날씨가 지속된 반면, 오늘 내일은 고기압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될 것입니다.
일부 지역에선 오늘 저녁과 밤 사이로 짧게 비가 내릴 수도 있겠습니다. …]
오랜만에 듣는 라디오 방송이네요.
짧은 날씨 방송 뒤엔 옛날 음악이 흘러나옵니다.
마고:...밤에 젖으면 머리 말리기 귀찮은데.
마고 는 햇볕에 널다시피 말리던 버릇을 고치지 못해 잠시 곤란해 한다.
마고가 비 소식에 얕은 걱정을 하노라면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내리고
이제 버스 안의 승객은 당신 뿐입니다.
마고 는 자신이 갈아타야 하는 버스 정류장을 확인한다.
아마 몇 정거장만 더 지나면 내려야할거 같습니다.
덜컹이는 창문에 머리를 기대고 창 밖을 바라보면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가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도로에 군인들 태운 군용 트럭이 버스를 지나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게 긴 긴 도로를 달려 마침내 종점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마고가 내릴 정류장이기도 하죠.
마고 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신발을 고쳐 신고 방향을 가늠해 천천히 걸어간다. 서두르지 않고.
부웅, 하는 소리와 함께 방향을 돌린 버스는 곧 지평선 너머의 점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은 버스가 떠난 쪽을 잠시 바라보다 지도를 보며 버스가 향한 반대쪽인 서쪽을 향해 걷습니다.
[ 11월 16일 오후 1시 ]
어제와 다르게 구름 한점 없는 하늘 아래 햇빛이 쨍하게 비치고,
아스팔트에선 더운 열기가 올라옵니다.
이렇게 도로 위를 걸으니 3년 전,
녹매와 함께하던 시간들이 풍경에 겹쳐 떠오릅니다.
낮에도 밤에도 지도를 보고 길 위를 걸으며 하루하루를 생존해 나갔습니다.
힘들고 불안한 시간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둘은 함께였는데요.
그때를 떠올리면서 한시간 정도를 걸으면, 마침내 당신은 도시의 입구에 도착합니다.
간판을 보면 [여기서부터 —— 입니다.] 라고,
오염구역임을 나타내는 빨간 해골 마크가 도시의 이름을 가리고 있네요.
마고 는 눈에 익은 도시를 걸으며 뭔가 무기가 될법한 것을 찾는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 얼마간 걸으니 곧 익숙한 거리와 풍경이 보입니다.
도시의 뼈대는 당신이 기억하던 것과 같지만
5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이 곳은 적막하고 황량합니다.
그 때문에 당신은 금방 무너진 잔해 속에 쇠파이프 따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마고 는 많이 삭지 않고 그다지 굵지 않아 한손에 잡히는 것으로 잡아 든다. 무거워 대충 땅에 긁으며 이동하다 그 소리에 허공에 들며.
마고:...많이 안일해졌어.
뒤늦게 마고는 긴장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지만,
이 텅 빈 도시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는 당신 뿐이에요.
둔기를 고쳐들고서 당신의 그림자가 조금씩 길어질 때쯤,
눈 앞에 드디어 익숙한 집 한 채가 보입니다.
5년만에 방문하는 마고의 별장.
마고 는 기억나지 않은 그때를 떠올리며 서둘러 탈출한 집의 문고리를 잡아 당겨본다.
문은 예상대로 쉽게 열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의 쓰레기들과 망가진 내부는 생존자들이 다녀간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런 흔적들마저 두꺼운 먼지에 덮여있는 게, 마치 이 안에 5년이라는 시간이 고여 있는 것 같아요.
마고:...멀쩡히 남아 있는게 있으려나.
주방과 이어진 [거실], [침실]과 [서재].
가구들과 벽지…
모든 게 당신이 기억하던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마고 는 녹매와 함께 캘버리를 향해 걸었던 전과는 다르게 주방이나 창고를 뒤지지 않고 거실부터 확인한다. 새삼 좀비가 아니라 식중독에 죽지 않고 살아서 캘버리로 간게 대단하다 여기며.
당신이 거실에서 집안을 둘러보던 그때,
끼이이익-하며,
경첩의 마찰 소리가 뒤에서 들려 옵니다.
……..아까 들어올 때 문을 닫고 들어왔었나요?
쿵, 쾅, 하고 심장이 세차게 뜁니다.
이 곳은 오염구역, 언제든 좀비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곳입니다.
마고 는 파이프를 잡고 몸을 돌린다.
잔뜩 신경을 곤두세워 파이프를 꽉 쥐어 뒤를 돌아보면 그곳엔...
야옹-
고양이가 보입니다.
녀석은 당신을 보고도 경계하지 않고 당신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빕니다.
마고 는 헛웃음을 짓더니 달랑 들어 올린다. 배를 만져보며.
마고:말랐네...
말랐지만 오렌지색 털은 부드럽고,
목에는 토비, 라는 작은 이름표가 걸려 있는게 원래는 사람 손에 키워졌나 봅니다.
마고:녹매가 고양이를... 좋아했지.
인간에게 번쩍 들렸음에도 가릉거리며 고개를 부빕니다.
마고:내가 아니라 녹매가 왔다면...
마고 는 문득 든 생각에, 탁자 위에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육포를 꺼내 찢어 던져준다.
마고:적어도 다섯살은 먹었을테니 알아서 씹어 먹겠지.
고양이는 냉큼 고기의 향을 맡고는 탁자 위에서 코로 육포를 건들이다 쩝쩝 소리를 내며 먹습니다.
마고 는 고양이가 육포에 정신이 팔린동안 제 입에도 집어 넣고선, 거실을 살펴본다.
거실 바닥엔 쓰레기와, 오래 된 발자국들이 남아 있습니다.
창문에선 반쯤 쳐진 커튼 너머로 햇빛이 거실로 쏟아져 들어와 긴 그림자를 남깁니다.
거실 한쪽에 놓인 것은 긴 소파, 그 앞에 놓인 긴 수납장 위에는 먼지 쌓인 [지갑]이 놓여 있습니다.
바닥 한 구석에는 [낡은 신문]도 보여요.
마고 는 지갑을 주워든다. 녹매건가.
현금을 빼낸 빈 지갑 안에 작은 사진을 발견합니다.
마고와 녹매의 사진입니다.
5년도 더 된 처음으로 함께 갔던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마고 는 사진을 빼어서 잠시 햇볕 아래에 비춰본다.
마고:...내가 이렇게 웃었었나.
색이 조금 바랬지만 마고는 금방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마고는 즐겁게 웃고, 녹매는 옆에서 어색하게 사진기 앞에서 웃어보이는 그 모습을요.
겨울 바다 앞에서 둘아 추위로 얼굴이 벌개졌지만 행복해보입니다.
마고 는 감성적이 되었다가 놈팽이랑 붙어 먹었던 녹매가 생각나 곧장 주머니 안에 집어 넣는다. 그 기억만 어떻게 삭제 되면 좋을텐데.
마고 는 신문도 주워들어 본다. 툭하면 신문 깔아두고 뭘 만들었는데.
맨 위에 [속보-정체 불명의 바이러스 전 세계 창궐] 라는 헤드라인이 큼직한 글씨로 적혀있고,
아래로는 좀비사태에 대한 뉴스 기사가 적혀 있네요.
오래 전 신문이라 글자들이 드문드문 번지고 닳아 있습니다.
마고 는 눈이 침침해져서 햇볕 아래 밝은 곳에서 읽어본다.
관찰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75/37/15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전부 다 읽을 순 없지만 그나마 선명한 문단 하나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핸드아웃 확인해주세요.
…… 이 바이러스는 국내에서 11월 x일 최초로 보고되었는데, 국내뿐 아니라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동일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거의 비슷한 시기에 보고되었다고 한다. 이 전례없는 바이러스는 전미 바이러스 학회에 의해 감염 초-중반의 발열이 특징적이라는 점에서 ‘파이로젠 pirogen’ 바이러스라 명명되었다. 치사율이 99%에 가까우며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24시간이 지난 환자들은 특수한 발작, 폭력 상태를 보이기 때문에 세계곳곳으로 바이러스가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불특정 다수에 의한 신종 생화학 테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127개 국가에서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했으며 그중 83개국이 국경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일 오후 12시에 전세계적 재난사태를 해결하기위한 정상회담이 실시될 예정이다. …..
마고:...옛날일이네.
갑작스러운 전세계적 재난 속에 둘은 꼼짝없이 별장을 거처로 삼았어야했죠.
마고 는 신문을 챙길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만둔다. 그가 인간이었던걸 알려줘야지, 좀비였다는걸 알려줘봤자.
마고 는 티비 속 부부의 말을 맹신했다.
마고 는 고양이를 확인한다.
고양이는 육포에 흡족한 모양인지 쇼파 구석에 자리를 잡고, 햇빛을 즐기며 털을 고르고 있습니다.
마고 는 한번 혀를 차더니 침실로 들어선다.
급하게 짐을 싼 흔적이 남아있는 침실엔 곳곳에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고,
깨진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스산합니다.
[옷장]의 문짝은 거의 떨어져나갈 듯 삐걱이고,
이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침대 옆의 탁자 위에 작은 [열쇠고리]가 올려져 있네요.
마고 는 얼마전 녹매 몫으로 샀던 실내복을 떠올리며, 옷장을 확인한다.
행운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80/40/16 |
굴림: | 3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생존자들이 다녀갔지만 몇개의 옷가지가 남아있습니다.
그 중 녹매가 자주 입던 가디건도 보여요.
마고 는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듯 가디건을 조심스럽게 잡아 들고 누가 훔처갈것처럼 품에 넣어 안아본다. 고개를 숙여 코를 박고.
마고:...녹매야.
가디건에선 아직도 녹매의 몸에서 나던 마른 감초 향이 남아있습니다.
마고 는 깊은 숨을 뱉고서야 진정하고, 가방 안에 챙겨 넣는다.
마고는 가디건을 가방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마고 는 탁자위를 살피여 열쇠를 집어든다.
당신이 여행 중에 선물했던 열쇠고리입니다.
탁자의 서랍을 열어보니 열쇠고리를 포장했던 상자 또한 고이 보관되어 있네요.
열쇠고리를 들어보니 액체가 찬 볼 안에 반짝이와 거북이 모형이 떠올랐다 가라앉습니다.
마고 는 끔직하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종이 상자에 열쇠고리를 넣어 가방 가장 깊숙한 곳에 넣는다.
마고:비싼게 아니여서 오히려 다행이었나.
다시 한번 이 선물을 건네 준다면 녹매는 당신과 함께 보낸 여행을 기억할까요.
마고 는 다른건 없는지 침실을 둘러본다.
그 외엔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고 는 추억에 잠겨 조금 미련을 가지고 침실을 나서선 서재로 들어간다. 녹매가 여긴 잘 안왔는데, 같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문고리가 뜯어져 나간 서재 안에는 관리되지 않은 오래된 책들의 냄새가 방 안에 짙게 배어있고,
책상 위엔 책 대신 쓰레기들과 구겨진 종이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마고 는 책상의 구겨진 종이들을 살펴본다.
구겨진 종이엔 생존자들의 쓰잘데없는 정보 따위가 적힌 쓰레기 뿐입니다.
마고 는 다른건 없는지 둘러본다.
서재의 책상 서랍들을 열어보던 당신은 서랍 맨 아랫 칸에서 녹매의 [카메라]를 발견합니다.
마고 는 카메라를 살펴본다. 당연히 디카겠지?
사진 찍는 게 익숙치도 않던 녹매가 여행을 위해 큰 마음 먹고 산 카메라 입니다.
다행히 아직 전원이 들어올거 같은 디지털 카메라입니다.
마고 는 놀라며 전원을 켜본다.
카메라를 켜보자 녹매가 마지막으로 찍은 사진들이 남아있네요.
사진 속에는 5년 전 평화로운 관광지의 거리,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
마고 는 아주 조심스럽게, 눌러서 한장한장 살펴본다.
당신의 뒷모습,
다시 어색한 표정으로 둘을 담은 사진,
당신의 옆모습,
당신이 웃는 얼굴,
마고:...셀카를 찍지. 바보야.
맛있게 먹은 음식,
마고 는 어쩐지 한참 젊어 보이는 자신의 모습에 적응하지 못한다. 표정도, 행동도 전부.
그리고…
이 서재에서 찍은 것처럼 보이는 사진인 거리의 좀비들과 좀비들을 피해 도망가는 사람들이 카메라에 찍혀있습니다.
마고 는 메모리만 빼서 챙길까 하다 말고, 카메라의 전원을 끄고, 가방 안쪽에 녹매의 가디건에 말아 챙겨 넣었다.
마고는 카메라를 조심스럽게 가디건에 말아 가방 안에 넣습니다.
관찰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75/37/15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서재를 둘러보던 당신은 책꽃이의 책들 사이에서 눈에 익은 노트를 발견합니다.
마고 는 노트를 뽑아 들었다. 뭐더라.
이건 녹매가 사용하던 다이어리네요.
마고 는 망설이지 않고 펼쳐본다.
펼쳐보면 5년 전의 시간엔 간단한 메모와 함께,
페이지들 사이사이엔 당신과 함께 본
연극이나 영화 티켓,
영수증,
브로슈어 등이 차곡차곡 보관되어 있습니다.
다이어리 뒷부분의 노트엔 드문드문, 짧막한 일기 같은 글들이 적혀 있네요.
핸드아웃 확인해주세요.
XX월 XX일. 형과 함께 다시 한번 겨울 바다를 보러 가고 싶어.
XX월 XX일. ...그렇게까지 말할 건 없었는데. 사과해야겠다.
XX월 XX일. 사랑해.
XX월 XX일. 형과 함께하는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 어쩌면…
마고 는 읽어나가다 놀라선 노트를 떨어트리곤, 그 소리에 서둘러 주워든다.
마고:...
마고 는 고장난 듯 제가 읽은것을 하염없이 다시 읽으며 확인한다.
마고는 놀란 마음에 다시 하염없이 글을 읽어도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엔 언젠가 당신이 잠에 들기 전 그가 해주었던 말이 꾹꾹 눌러쓴 글씨로 또박또박 적혀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해주세요.
XX월 XX일. 형, 나에겐 형이 그 어떠한 것보다 소중해. 형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아.
이 날짜는 좀비 사태 이후의 날짜입니다.
당신을 세상 어떠한 것보다 소중히 여겼던 녹매는,
사실은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을 위해 희생했던 것입니다.
마고 는 상황에 맞지 않게 심장이 터질것처럼 뛰고 기쁨과 원망이 뒤섞여 복잡한 얼굴로 입을 다문채, 노트를 챙겨 가방에 넣는다.
마고는 쏟아내고 싶은 감정이 많았지만, 목안으로 삼키며 묵묵히 노트를 가방 안에 넣습니다.
마고 는 서재를 나서며, 파이프를 다시 챙기고 고양이의 안위를 살폈다.
털을 다 고른 모양인데 고양이는 이제 그 자리에서 평화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안위를 확인하고 난 후 시계를 보니 5시가 되기 전까진 30분정도가 남았네요.
버스의 마지막 차 시간은 6시.
조금 쉬었다 출발해도 괜찮겠어요.
마고 는 망설이다가 선물인 셈 치고 고양이의 이름을 부르며 털을 쓰다듬는다.
마고:...예쁜 주인 만날래?
고양이는 당신의 말을 알아들을 리 없지만, 기분좋은 표정으로 배까지 보이며 몸을 발랑 뒤집습니다.
마고:녹매라고...
마고 는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을 고양이를 어떻게 들고가야 하나 주변을 둘러본다.
캐리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 별장엔 없겠죠.
혹시나 할 상황을 대비해 원래 있는 목줄에 줄이라도 묶어보는 방법은 있을 수 있겠네요.
마고 는 녹매가 자주 들고다니던 에코백이라도 없는지 둘러본다.
다행히 거실 구석에서 장바구니 같은걸 찾습니다.
마고 는 고양이의 목줄에 끈을 매달아 가방에 묶고, 장바구니 안에 고양이를 집어 넣는다.
마고:너도 새 주인을 만나면 좋아하게 될거야.
토비는 목에 무엇이 이어지는 것이 불만스러운지 마고의 손가락을 깨물거리다가 이내 포기합니다.
잠시간 고양이와 씨름을 보내고 있었더니..
그 때, 당신의 주머니에서 정적을 깨는 요란한 멜로디가 들립니다.
진동 모드를 해두길 깜빡했나봐요.
마고 는 휴대폰을 확인한다.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보니 녹매가 있는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네요.
마고 는 전화를 받았다. 여기서도 터지네.
"안녕하세요, 미스터 마고.
금일 녹매의 상태가 다시 안정되어 내일, 어제와 같은 시간에 방문해주시면 면회가 가능 하실 것 같습니다. “
마고:...
네 주인이 괜찮아졌데.
마고 는 휴대폰을 다시 진동모드로 바꾸고 고양이를 장바구니에 집어 넣는다.
내일 5시에 100시간이 끝나게 됩니다.
가방에 넣은 것과 장바구니에 들어간 고양이가 녹매가 돌아오는데 도움이 되어야 할텐데요...
시계를 보니 이제 5시가 가까워졌습니다.
돌아가는 버스를 타려면 이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집안을 둘러보니, 언젠가 모든게 안정이 되면 이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습니다.
마고 는 고양이를 바구니채로 품안에 안고 정류장으로 향한다.
오후의 햇빛은 아까와 다를 게 없는 텅 빈 거리에 긴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다.
...
오후의 햇빛은 아까와 다를 게 없는 텅 빈 거리에 긴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다.
그때, 골목을 걷던 당신은 문득 당신의 그림자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태양을 등지고 선 당신의 앞으로 길게 늘어지는 그림자는 유독 길고 흔들리는게,
마치 또 다른 사람의 그림자가 겹친 것 같습니다.
마고 는 파이프를 잡고 몸 전체를 돌려서 휘두른다. 상대가 인간이여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듯.
마고는 상대가 좀비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듯 파이프를 들어 휘두릅니다.
거침없는 공격에 마고의 뒤에 있던 것은 불쾌한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휘청입니다.
그 곳엔 좀비 한 마리가 희뿌연 눈을 번뜩이며 서 있습니다.
마고 는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양손으로 잡은채 좀비를 향해 휘두른다. 좀비의 희뿌연 눈이 녹매의 모습과 겹쳐, 얼른 제 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 그와 눈 앞의 괴물은 다른 존재임을 확인하 듯.
마고의 선제 공격.
파이프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83/41/16 |
굴림: | 3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피해: | 6 |
녹매:
기준치: | 30/15/6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좀비:
기준치: | 30/15/6 |
굴림: | 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짐이 많은 탓일까요, 좀비가 마고의 공격을 피합니다.
좀비는 괴성을 지르며 당신에게 달려듭니다.
심을 잃고 쓰러진 당신의 머리 위에서 딱, 딱 하며, 침과 피가 뒤섞인 이빨이 맞부딪힙니다.
번들거리는 희뿌연 눈동자에 당신의 표정이 반사됩니다.
이대로 자신마저 좀비가 되어버리고 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탕!!!
하는 총성이 들리고 좀비는 피를 쏟으며 당신 위로 쓰러집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키며, 총성이 들린 쪽을 바라보니
마고 는 좀비를 밀치고 상대를 확인한다.
중무장한 군인이 성큼성큼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게 보입니다.
그는 당신 옆에서 움찔거리는 좀비를 보더니 다시 한번 총을 들어 총알을 두어발 더 머리에 발사하고,
시체를 발로 몇번 건드려본 후 가슴에 매달린 무전기에 대고 짧게 말합니다.
“감염자 사살 완료.”
그리고 그는 고글 너머의 눈동자로 당신을 내려다보며 말합니다.
마고 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양이를 다시 챙긴다.
“물렸습니까?”
마고:아뇨.
당신의 대답을 듣고는 무전기에다 대고 한번 더 말합니다.
"민간...인 무사합니다. 안전지대로 안내하겠다."
"태를 보니 그냥 민간인은 아니신거 같은데, 알만한 분이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그는 죽은 좀비를 다리 한 쪽을 잡은 채로 골목 밖으로 끌고 나가 도로 한 구석에 던져놓습니다.
당신의 앞길엔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함께 검붉은 발자국이 새겨집니다.
. 밖으로 나오니 도로에는 큼직한 군용 트럭과 몇 명의 군인들이 보이는 익숙한 풍경입니다.
마고:...기르던 고양이를 챙기려고요. 애인이 곧 깨어나서.
번거롭게 해서 미안합니다.
마고 는 입에 침도 안바르고 거짓말을 한다. 이젠 익숙해 졌다.
그의 대답에 어처구니 없는 표정이 되었지만 더 말은 않고 다른 군인들의 무리로 향합니다.
군인들은 당신을 바라보며 자기들끼리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눕니다.
듣기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80/40/16 |
굴림: | 6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생존자를 공격하고 있어서 총격이 불가피했습니다.’
‘잘 했어, 시체는 청소반이 처리하겠지.’
‘....저 사람은 감염이 안 된거 확실하고?’
‘그런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검사해보죠.’
대화를 마쳤는지 그들 중 한 사람이 당신에게 걸어와 말합니다.
마고 는 별 말없이 소매를 걷어보인다.
“감염자는 아닌 것 같지만, 혹시 모르니 검사를 좀 하겠습니다."
마고:이런건 철저하게 해야죠.
그는 당신이 보다 빠르게 수긍하는 것에 눈에 띄게 편해하며 주머니에서 작은 키트를 꺼냅니다.
마고도 종종 쓰던,
안전지대 안의 ‘감염자’들을 가려낼 때 사용었던 감염자와 비감염자를 구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회용 키트네요.
잠시 후 당신이 비감염자임을 확인한 군인은 당신에게 말합니다.
"이럴만한 사안이 있으셨던 모양이지만, 두번은 안됩니다. 아시죠?"
마고:두번은 나갈일도 없습니다.
"안전지대까지 같이 태워드리겠습니다."
마고 는 거절하지 않고 군용 트럭으로 올라탄다.
마고는 거절하지 않고 군용 트럭에 몸을 맡깁니다.
품안의 가방 안에서 고양이가 몸부림치는군요.
맨 뒷자리에 당신을 태운 트럭은 도시 몇 곳을 들린 후 도시를 떠납니다.
먼지 쌓인 창문 너머로 보이는 뻥 뜷린 도로와 황무지는 석양빛을 받아 온통 불타오르는 것만 같아요.
마고 는 고양이에게 육포를 넣어주며 소중하게 가방을 안고 있는다. 몸을 움직이지 않으니 자꾸만 노트가 생각나서.
트럭 안은 덜컹이는 바퀴 소리와 화물칸의 좀비들이 이따끔 내는 기괴한 신음소리를 제외하곤 조용합니다.
어느 새 지평선 아래로 해가 완전히 가라앉아 주위가 어두워지고, 트럭은 안전지대에 도착합니다.
마고:...
마고 는 고양이에게 자기 머리카락 끝을 넣어준다. 가지고 놀아.
마고는 가방 안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장난감 삼아 넣어주며 길을 터벅터벅 걷습니다.
밤이 되어 쌀쌀해진 공기는 습하고 무겁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걷다 당신은 문득, 골목의 한 담벼락에 빼곡히 붙어 있는 크고 작은 종이들을 보고 발걸음을 멈춥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가족을 찾고 있어요]
[위와 같이 생긴 사람을 보신 분은 연락 주세요]
마고:...
....따위의 글씨와 함께 다양한 사람들의 사진이 붙어있습니다.
대체로 행복해 보이는 사진 속 얼굴들과 절박함이 느껴지는 글씨들이 적힌 종이들은 어두운 가로등 조명 아래에서 밤바람에 쓸쓸히 팔락입니다.
마고 는 오늘 저를 습격한 좀비의 얼굴을 걔중에서 찾아본다.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이들 중엔 오늘 자신을 습격한 좀비의 얼굴과 비슷해보이는 사진을 찾지 못합니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당신과 녹매는 운이 좋은 편이라는 것,
당신들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이 이 세상엔 훨씬 많다는 것을요.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던 당신의 이마에 톡, 하고 빗방울 하나가 떨어집니다.
마고 는 서둘러 반쯤 달려서 집으로 돌아간다.
마고는 비를 피하기 위해 반쯤 달려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9시가 넘은 시간입니다.
마고 는 가방을 그대로 던져두고 옷을 벗은 채 고양이를 들고 욕실로 향한다.
마고는 간만에 긴 이동으로 인해 피로가 몰려왔지만,
잔뜩 성이 난 고양이를 안고 맹렬히 욕실로 향합니다.
마고 는 고양이와 제 머리 빨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마고:...깨끗해야 선물하지.
마고는 제 온몸이 고양이에게 할퀴어져 엉망이 되는 것을 개의치않고 순식간에 둘의 목욕을 끝냅니다.
마고 는 진이 빠져 심통난 고양이를 마구 문질러 닦아낸 뒤, 대충 제 머리의 물기를 대충 닦아내며 가방의 내용물을 정리한다. 상자의 먼지를 털고, 카메라를 충전하고, 가디건을 세탁할까 하다가 남은 녹매의 향에 포기한채, 챙겨 옷장안에 두고, 그리고...
마고 는 짧은 일기를 몇번이고 읽었다. 모든 긴장을 내려두고, 솔직하게 표정을 숨기지 않은 채.
마고:...녹매야.
마고는 녹매의 노트에 적힌 글귀를 몇번이고 다시 읽어봅니다.
지난 몇년을 홀로 그의 감정들을 헤아리다 포기하며 잠들기가 얼마나 많았나요.
마고:...
마고 는 머리가 대충 마르자, 잠들기 전 냉동해둔 고기를 반쯤 익을만큼 전자렌지에 돌려서 바닥에 두곤 침실로 들어간다. 정작 저는 배가 고프지 않았다.
마고는 그래도 잠들기 전에 자신보다 앞서 고양이의 먹이를 챙겨주곤 침실로 향합니다.
집안을 돌아다니느라 보이지도 않던 고양이건만, 그가 침대에 누워있으니 적막했던 집안에서 찹찹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마고 는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 노트를 읽고 읽었다. 어둠속에서도 글자의 윤곽을 더듬을 수 있을만큼.
마고는 노곤한 몸이 잠에 저절로 잠길 때까지 노트를 읽습니다.
그렇게 당신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를만큼 까무룩 잠듭니다.
-
…...눈을 뜬 당신은 더럽고 헤진 옷을 입고,
낮설지만 어딘가 눈에 익은 거리에 서 있습니다.
손에 쥔 쇠파이프에선 핏방울이 떨어지고,
당신의 발 밑엔 좀비들의 시체가 즐비합니다.
...이곳은
당신이 생존하며 지나쳐 온 수많은 장소들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르게 당신 곁에 녹매는 없네요.
이것이 과거이고 꿈 속이라면 녹매 또한 당신 곁에 있어야 하는데…
마고:...
마고 는 녹매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마고:녹매야?
녹매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찰나,
또 다른 좀비 한 무리가 당신을 공격해옵니다.
마고 는 등을 보이지 않고 뒤로 물러나 탈출로를 찾는다.
마고:녹매야?
그는 평소와 다르게 뒤로 물러나려고 할 뿐인데,
팔과 다리가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손에 쥔 무기를 휘두릅니다.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좀비들이 쓰러지고, 허공엔 살점과 핏방울이 흩날립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을 공격하던 마지막 좀비가 무기에 맞아 천천히 쓰러질 때 당신은 깨닫습니다.
당신이 찾던 그 녹매가 방금의 좀비였다는 것을요.
땅에 쓰러진 좀비, 아니 녹매일까요,
그는 당신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희미한 목소리로 당신을 부릅니다.
녹매:형....
...
번쩍, 하고 꿈에서 깨어나면 방 안은 아직 어둡습니다.
쿵쾅대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을 크게 몰아쉬고 나면, 아직도 생생한 손 끝의 감각에 양 손이 떨려옵니다.
마고 는 떨려오는 양손을 맞잡고선 몸을 웅크려 떨림을 멈춰보려 한다.
마고:녹매야...
이젠 행복할 일만 남았는데.
당신은 좀처럼 떨림을 진정시키기 어렵습니다.
마고 는 창문 밖을 확인한다.
지금 시간은 오전 5시,
아직 새벽의 습하고 짙푸른 공기가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다시 잠들긴 그른 것 같아요.
마고 는 심호흡을 하고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면, 언제왔는지 당신의 발치에서 섹섹 숨소리를 내는 고양이가 보입니다.
마고 는 고양이를 집어 안고 한참 멍때리다가, 다시 노트를 읽는다. 홀린 듯.
품에 안은 고양이 덕인지 온몸에 도는 한기가 조금 누그러집니다.
홀린 듯 녹매가 적은 노트의 글들을 읽어갑니다.
그렇게 막연히 같은 글을 읽어나가고 있으면,
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동이 튼 햇빛이 창문을 통해 세어들어옵니다.
...당신은 기억합니다.
둘이 헤어지기전 같이 보았던 아침 햇살을.
마고는 그와 죽기를 원했습니다.
마고:...사랑해 녹매야.
녹매가 없는 세상은 제게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깐요.
당신과 함께 마지막을 맞이해줄 것 같았던 그는...
마고 는 마지막인 줄 알았던 그때조차 뱉지 못한 말을 허공에 토해낸다. 자신도 놀랄만큼 자연스럽게.
당신에게 노트를 품에 안겨준채 도망갔습니다.
몸을 돌리고 한번도 자신을 뒤돌아보지 않았던 그는,
그저께 당신의 목을 조를 때처럼,
울고 있었던게 아닐까요.
'살아서 나를 찾아줘.'
그 말이 저주처럼 남아 당신은 죽고 싶을만큼 괴로운 순간 들에도 죽지 못한 채 지금까지 삶을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에겐 또다시 100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당신을 내게서 떠나보낼 100시간이 아닌,
당신이 내게 되돌아올 100시간.
사무치게 그리운 느낌에 가슴 한쪽이 저려옵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2시간.
언젠가 너와 바라보았던 아침 해를 바라보며 다짐합니다.
당신이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나만은 너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마고 는 최대한 때빼고 광낼 생각으로 씻으러 욕실로 간다. 가장 상태가 괜찮은 옷을 입고, 머리도 단정히 묶고.
당신은 근래 있던 중 가장 반듯한 차림을 합니다.
마고 는 어디에 배변을 해놓았을지 걱정되는 고양이 밥을 챙겨준다.
마고:...네 주인님을 만나러 가는거야.
마고 는 녹매에게 보여줄, 일기를 제외한 물건들을 바리바리 챙겨 들고 집을 나선다.
[ 11월 17일 오전 8시 30분 ]
악몽으로 일찍 깬 탓에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집 밖을 나섭니다.
오늘 집으로 돌아올 땐 이 길을 함께 걸을 수 있을까요.
산책이라도 할 겸,
평소 다니던 길과 다른 길을 걸으니 처음 보는 꽃가게와 베이커리를 발견합니다.
마고 는 갑자기 허기가 져서 빵집으로 향한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갓 구운 빵의 달콤한 냄새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빵과 디저트, 샌드위치, 케이크들이 보입니다.
조촐하게 카페도 겸하고 있는지 가게 안쪽엔 테이블과 의자들도 놓여있네요.
마고 는 음료와 샌드위치 두가지를 주문하곤, 구운과자와 케이크도 포장을 부탁한다.
마고는 자신이 먹을 음료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과자와 케이크 포장 주문도 마칩니다.
금방 마고 앞에 따뜻한 음료와 샌드위치, 그리고 종이 상자에 보기 좋게 포장된 케이크와 과자가 나옵니다.
마고 는 샌드위치를 먹으며 오늘 녹매에게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한다. 기억이 덜 돌아왔으면 어쩌지. 고백부터 해야하나.
마고 는 고민하느라 뜨거운줄도 모르고 음료를 마신다.
허기진 탓이었을까, 샌드위치와 음료가 놀라운 속도로 사라집니다.
마고 는 샌드위치도 주문할까 하다가 곧 그만두었다. 제가 얼마나 우스운줄 깨달은 듯.
마고 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옆의 꽃집으로 들어간다.
마고는 금방 한 손 가득해진 짐을 든채 꽃집으로 들어갑니다.
가게를 연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꽃들의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알록달록하고 다양한 꽃들과 식물이 보이네요.
살짝 습한 공기에는 꽃과 식물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습니다.
마고:...꽃다발 부탁드립니다.
마고 는 슬금 올라간 입꼬리로 주인에게 주문한다.
긴장했던 가게 주인은 마고의 익숙한 영업용 미소에 금방 마음이 풀려 풍성한 꽃다발을 만들어 건넵니다.
마고:고백할거라, 화려하게요.
"어머, 그런 중요한걸 일찍 말해주셨어야죠."
"잘 되실겁니다."
주인은 같이 미소로 답해줍니다.
마고가 건네받은 꽃다발의 꽃망울들은 크고, 옆에 놓인 안개꽃마저 반짝입니다.
누가보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이 같아요.
마고 는 양손에 꽃다발과 베이커라 상자를 들고 병원으로 향한다.
녹매를 위한 꽃과 케이크,
그리고 별장에서 가져온 물건들까지.
양 손은 무겁지만 이걸 보고 기뻐할 녹매를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며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그런데, 병원 앞으로 향하던 당신은 병원 앞 횡단보도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성별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마고 는 멈칫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피켓과 판넬, 확성기 같은 것을 들고 있네요.
민첩 롤 굴려주세요.
마고:
기준치: | 75/37/15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횡단보도를 건너던 당신은 병원 앞으로 밀려드는 사람들에 부딪힙니다.
순간 중심을 잃었지만 다행히도 넘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마고 는 시비를 걸려다 자신의 손에 들린 물건을 의식하고 참는다.
마고는 간신히 화를 죽입니다.
당신을 밀치고 지나간 사람들은 병원 앞에 모여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일제히 구호를 외치기 시작합니다.
“좀비는 사람이 아니다! 괴물이다!”
“괴물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거대하게 꿈틀대는 악의가 형상화 된 것 같습니다.
치료제가 개발되고,
좀비로 변한 사람들이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렇게만 된다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이것이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또한 알고 있었지요.
그저 자신을 위해 모른척 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녹매가 설령 인간으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가 이전처럼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무엇보다 좀비였던 녹매는 스스로를 인간으로 생각할까요.
마고:...아니여도 상관없지만.
마고 는 들리는 소음을 무시한 채 병원으로 향한다.
마고는 소음과 잡다한 생각 따위는 무시한채 마저 병원으로 향합니다.
에의 그 직원은 다시 당신을 알아보고 병실로 안내합니다.
병실의 문을 열면 그제처럼 방안의 침대에 앉아있는 녹매가 보입니다.
병실 안의 tv에선 아까 그 시위 장면이 뉴스로 보도되고 있네요.
[ —감염자들을 위한 치료시설 중 하나인 아리마테아 병원 앞에서 오늘 아침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들은 파이로젠 바이러스에 대한 특별 입법안 중 4단계의 환자들이 제한적으로나마 시설 밖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신설 조항에 반대해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시위대는 해산되었지만 이 조항에 반대하는 자들이 많은 탓에 연합 정부는 다른 시위가 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마고 는 달려가 침대에 우르르 선물을 쏟고선, 리모컨으로 TV를 끈다.
마고:녹매야.
녹매:아, 마고...
녹매 는 이젠 제법 그를 인지하는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올려다본다.
녹매:이게 다 뭐야....
마고 는 저와는 다르게 침착한 녹매의 모습에 조금 머뭇거린다.
마고:...선물.
내가 기억나?
녹매:조금. 네가 날 찾아왔었잖아.
어제는 못봐서 가슴이 아팠어...
보고 싶었던거겠지?
이제 아픈게 뭔지 알거 같아...
마고:...너는 날 정말로 보고 싶었을거야. 녹매야.
마고 는 조금 자조하듯 단정짓는다. 비어버린 손으로 그의 한손을 잡으며.
마고:오늘도 맛없는거 먹었으면, 케이크 먹을래? 꽃은 일단 저기 치우고.
과자도 있어.
녹매:꽃...보고 싶어.
마고를 보느라 늦게 봤어.
마고 는 조금 미묘하게 웃으며 꽃다발을 안긴다.
마고:원래 이렇게 주려던게 아닌데... 뭐 상관없나. 다음에 또 줄게.
녹매 는 품에 큼직한 꽃다발을 안고 한아름 풍겨져나오는 꽃향을 맡아본다.
녹매:이렇게 기쁜걸 보면 나는 꽃을 좋아했나봐.
그러니깐 마고가 선물로 가져온거겠지.
마고:좋아했어.
케이크도, 과자도...
동물도 좋아해서, 집에 고양이도 들여놨어. 그러니 빨리 돌아가자 녹매야.
녹매 는 그의 말을 듣고는 다시 조금 차분해진 표정으로 옆에 꽃다발을 내려놓는다.
녹매:....
그럴 수 있을까.
마고 는 잡은 손을 올려 손등에 입을 맞춘 뒤 다시 제 뺨에 가져다 댄다.
마고:싫어?
녹매:그러면 좋을거 같아..
그렇지만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건 아닌걸.
녹매 는 이제 놀라지 않고 그가 가져다 준 제 손으로 그의 뺨을 만지작거린다.
마고:도와줄게. 네가 전부 기억할 수 있도록.
마고 는 가방에서 차례대로 카메라와, 가디건, 열쇠고리가 든 상자를 꺼낸다.
마고:내가 다 가져왔어 녹매야. 나 네거야.
녹매:...내거..?
마고:전부.
녹매 는 그가 가방에서 차례로 꺼내는 것들이 많아 무엇부터 볼지 몰라 흐린 눈이 방황한다.
마고 는 카메라부터 건내준다.
마고:어제 충전해놨어. 인화는 못했고. 사용법은 기억나?
녹매:...
녹매 는 손 안에서 카메라를 어색하게 굴려보다가 도리질하며 마고에게 건네준다.
녹매:정말 내거 맞아..?
어색해.
마고:...그래?
마고 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선 카메라를 작동시켜 화면을 보여준다.
마고:너는 날 정말 많이 찍었어.
녹매 는 그가 넘겨주는 사진들을 보다가, 종종 몇가지 사진을 오래 보고 싶어 버튼을 누르는 그의 손을 꾹 잡는다.
녹매:....예쁘다.
마고 이렇게도 웃는구나.
바다랑 잘 어울려, 마고는.
마고:...
마고 는 그 모습에 주머니속 사진까지 보여줄까 말까 고민한다.
마고:전에도 그렇게 말했어.
내가 벗은걸 좋아해서 그런가 싶기도 했는데, 진심이었구나.
녹매 는 마고의 말에 조금 남사스럽다는 듯 놀라서 입술을 말아문다.
마고:...나도 네가 벗은걸 좋아했고.
녹매:ㅇ, 이상해 그런 말은..
마고:그거 말고도 여행가서 새로운 음식 먹는거 겁먹으면서도, 먹고 깜짝 놀라는 얼굴도 좋아했지.
새로운걸 보고 놀라는 것도.
잔소리도 하고, 혼도 내고...
마고 는 상자 안에서 열쇠고리를 꺼낸다.
마고:작은 기념품도 사고...
녹매 는 잡고 있던 그의 손을 손가락으로 쓸며 두루뭉실한 기억들을 구체화 시키느라 말이 적어진다.
녹매:안에 있는건 뭐야..?
....수족관..
수족관도 갔었어..?
마고:...갔었지. 팽귄도 보고, 고래 상어도 보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녹매:...
녹매 는 그의 설명을 들으며 손안에 열쇠고리를 들어 슬쩍 흔들어 방울소리를 듣는다.
녹매:....아.
마고 는 희망을 가지고 그 모습을 본다.
녹매:나, 이런 작은 소리로...
형을 찾아 다녔어.
마고:...그걸 기억해?
녹매:형, 나 형이라 불렀구나 마고를.
마고:가끔은 형아라고 하기도 하고, 한참 전에는 선배라 하기도 하고.
녹매:선배..?
녹매 는 다양한 호칭에 고개를 돌려 마고를 바라본다.
마고:선배, 형, 가끔 마고...
마고 는 희미하게 웃는다.
마고:생각나?
녹매:처음, 처음 만났을 때 알려줘...
녹매 는 조금 재촉하듯 말한다.
마고:...대학에서 처음 만났었지.
아마 너는 기억 안날걸. 술에 취해 있었어서.
중도 앞 벤치랑 잔디밭 양쪽에 모두 걸쳐서.
녹매:....
녹매 는 뭔가 기억난 듯, 그렇지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떠올린듯 손으로 하관을 가린다.
녹매:기억해내는게 마냥 다 좋은건 아니네..
마고 는 웃는다.
마고:내 침대 위에서 깨어났고...
그 뒤로도 자주 놀러오다가... 결국 같이 살게 됐지.
칵테일바를 가고부터였나.
녹매 는 입을 작게 연채, 이제는 슬그머니 그의 손가락 사이에 제 손가락을 끼워넣어본다.
녹매:.....
마고:그 뒤에 같이 여행도 가고.
사진 보여 줄까?
녹매:응, 보고 싶어.
마고 는 조금 망설이다가 사진을 꺼내 보여준다. 지갑에도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사진.
녹매 는 자그마한 사진을 소중하게 들어 눈 앞에 가까이 가져온다.
녹매:......
녹매 는 잠시 입꼬리가 꿈틀거리다가 나직히 실소한다.
녹매:....그랬었지.
마고:여권도 새로 만들어서.
기억나?
녹매:맞아, 난생 처음 가본 해외여행이었어..
녹매 는 말을 내뱉고도 한참 사진을 들여보다가, 마고를 바라본다.
녹매:...
기억이 돌아오는데, 왜 자꾸 심장이 아플까...
너무 아파...
마고:왜?
왜 그러지...
마고 의 얼굴이 금방 불안해진다.
마고:의사 부를까?
녹매 는 작게 도리질하며 제 가슴위에 손을 얹고 눈을 감는다.
녹매:...슬퍼.
마고 는 당황한다.
마고:뭐가 슬퍼 녹매야. 내가 다 해결해줄게.
녹매:...좋은 기억들에 왜 이렇게 내가 형에게 못되게 군 일들이 많지.
....
마고:...나는 하나도 없는데?
녹매:...우리는 어떻게 헤어졌어?
마고 는 그의 어깨 위에 가디건을 걸쳐준다.
마고:말해줘?
녹매:...응.
녹매 는 자신의 어깨 위에 얹어진 가디건에서 익숙함을 느껴 손으로 모직을 더듬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마고:네가 날 사랑해서, 나를 살릴려고 헤어졌어. 녹매야.
녹매:....
나, 말했어, 형한테...?
녹매 는 걱정과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묻는다.
마고 는 웃는다.
마고:믿네?
기억 난거야?
지금도 날 사랑해?
녹매:...
녹매 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생기 없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녹매 는 곧 눈을 글썽이며 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한다.
마고 는 그런 그의 고개를 잡아 저를 보게 하고 속삭인다.
마고:사랑해 녹매야.
녹매 는 결국 글썽이던 눈에서 눈물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인다.
녹매:...나도, 나도 사랑해. 지금도...
마고:사실 꽃을 주면서 하려고 했는데...
마고 는 침대 위로 자리를 옮겨서는 그를 감싸 안았다.
마고:사랑해 녹매야. 그것만 기억하면 괜찮아. 나머지는 천천히 기억해내자.
녹매 는 그런 그의 품에 안겨서 바람이 세는 듯한 소리를 내며 운다.
녹매:...미안해...그렇지만, 정말 형을 사랑해서 그런거야..
마고 는 너무나 쉽게 끝나버린 고백과 고백에 깊은 안도감을 느끼며 안은 팔에 조금 더 힘을 준다.
마고:앞으로 형이랑 있어줄거지?
녹매 는 그의 품에서 애써 감정을 추스리며 잘 차려입은 그의 옷깃을 꾹 잡는다.
녹매:...같이 있고 싶어.
계속 있고 싶어, 형이랑.
나는, 나는 이제 알겠어..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걸.
좀비가 되지 말걸.
마고:후회해?
녹매:모르겠어. 앞으로 난 어떻게 될까.
형에게 용서 받을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용서 받을 수 있을까....
이곳에 나간다 해도 우리가, 내가 예전과 같을 수 있을까...
마고:적어도 너와 나는 같겠지.
아니 더 행복할거야 녹매야.
녹매 는 버석한 피부에 눈물로 얼룩져 엉망인 얼굴로 그를 올려다본다.
마고:나는 이제 너 밖에 없으니까. 지난 3년간, 아니 세상이 멸망한 이후로 쭉 그랬듯.
마고 는 눈물투성이의 얼굴에 입술을 맞춘다.
마고:회사도, 가족도 더 이상 없어. 죽을 일도 없고. 그다지 풍족하진 않지만, 나쁘진 않아.
네 일을 내가 도울 수도 있을거고.
정말 끝내주지 않아?
고양이도 기르자. 네가 원하면 뭐든 할게.
녹매:....
형은...
그럼 나를 인간으로, 예전처럼의 나로 받아주는거야?
마고 는 그의 얼굴을 잡고 요리조리 돌려본다.
마고:예전보다 더.
이제는 사랑한다고 말해도 되니까.
네가 날 사랑해주니까.
녹매:.....
삑, 삑, 삑—….
그 말을 마치고 고개를 돌리자 책상의 전자 시계에서 100시간의 종료를 고하는 알람이 울립니다.
겉보기에 녹매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 난 것 같지 않아 보여요.
얼마 후 병실로 레나 리센이 들어와 당신에게 말합니다.
레나 리센:시간이 됐군요.
몇 가지 검사를 할테니 잠시 밖에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마고 는 불안한 듯 녹매를 보다가, 뺨에 입을 맞추곤 병실 밖으로 간다.
마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못내 녹매를 병실에 두고 나갑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면
문 앞에 선 녹매가 당신을 보며 웃고 있습니다.
녹매:....이젠 혼자서도 머리 예쁘게 묶을줄 아네. 제대로 보이니깐 알겠어.
마고:...그래서 안빗겨 줄거야?
고개를 들어 바라본 녹매의 눈엔 회갈색 빛이 선명하게 감돕니다.
마고:그것만 기다리며 자르지 않고 기다렸는데.
네가 좋아하니까.
녹매:....날 기다려줘서 고마워.
마고:사랑하니까.
녹매:...사랑해, 형.
...
몇 가지 퇴원 절차를 밟은 후 당신과 녹매는 손을 잡고 병원 밖을 나옵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밤의 장막이 서서히 드리우며
어둡게 그림자가 진 도시의 건물들 너머로 해가 가라앉고 있습니다.
3년 6개월 하고도 100시간을 넘어 너는 마침내 나에게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가면 같이 저녁을 먹고,
잠에 들고,
언젠가 녹매의 건강이 전부 회복되면 약속한 바다를 보러 갈까요.
예전같은 삶을 살아갈 순 없겠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함께 걷는 길이 춥고 어둡더라도
맞잡은 손의 온기는 당신에게 뭐든 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아요.
이만 돌아갈까요,
오늘 밤은 못 다한 이야기를 하며 잠에 들도록 해요.
몇 번이고 미루었던 고백을 하도록 해요.
[END 1. 네가 내게 되돌아온 100시간]
마고 생환.
녹매 생환.
녹매의 기억은 돌아왔지만 완전한 것이 아니며 때때로 자신이 좀비였을때의 기억과 환각에 시달립니다.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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