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호르] 마녀의 고해
2020. 10. 2. 07:57ㆍmy dear
플레이타임: 약 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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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의 고해]
“난 이 세상의 마지막을 너와 맞이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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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o Cantius da Conceição X Jorge Torres Gayà
202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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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화려한 축제가 벌어졌을 이곳은 퀴퀴한 냄새만을 풍기는 시커먼 마을로 돌변한 지가 오래입니다.
성당에는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습니다.
절박한 인간은 신에게 매달립니다.
이 무너져가는 세상은 당장 내일 멸망할까요, 오늘 멸망할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근래에는 묘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
모든 이들이 당신의 옷자락을 붙잡고 살려달라 곡소리를 내는 꿈입니다. 한 발자국만 잘못 디뎌도 무저갱에 떨어질 것만 같은 모습.
사람들은 점차 시체처럼 썩어들어가는,
요컨대 악몽이 지속적으로 당신의 밤을 두드린지 벌써 몇 달 째입니다.
정확히 꿈이 시작된 시점을 짚어보라면 분명, 그래요, 그 날부터일 것입니다.
마리우가 이 마을에 나타난 일이요.
성당의 신부님이 전염병으로 죽고 그 빈 자리를 대신하러 온 이였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기묘한 꺼림칙함을 느꼈었는데, 어째서인가 두 사람의 관계와는 별개의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의와는 전혀 상관 없는 이질감.
이를 테면 생리적인 거부감.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강요라도 당하는 것마냥 마리우를 향한 거부감은 욕지기처럼 간혹 치밀어오르곤 했습니다.
세상이 흉흉해서일까요.
이유는 오리무중입니다.
하지만 악몽과도, 마리우에게 든 기묘한 거부감과도 별개로 당신은 오늘도 성당으로 향합니다.
세계를 구해달라는 기도, 그래도 해야지요.
모든 이들이 하고 있습니다.
말세에 필멸자는 대체로 절대적인 존재를 찾기 마련입니다.
무의미하다 한들 말입니다.
성당 안쪽은 고요합니다.
오르간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다만 십자가 아래에서 기도를 하는 자의 인영이 보입니다.
마리우입니다.
수단을 입고 있는 마리우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립니다.
마리우:...형제님.
호르헤 는 숨을 죽이고 있다가, 그가 자신을 바로보자 제대로 된 숨을 쉬며 고갯짓으로 인사한다.
호르헤:마리우 신부님.
호르헤 는 그 다음 말을 고르지 못해 시선을 십자가에 둔다.
마리우:기도하러 오셨나요?
호르헤:언제나처럼요.
호르헤 는 그의 앞으로 지나가 곁의 자리에 앉아 두손을 모은다.
호르헤:도와주시겠습니까?
마리우 는 그런 그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묵주를 손에 쥔 채 다시 눈을 감는다. 가만히 모은 손에 힘을 주고선 옆사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마리우:주님, 오늘 생각과 말과 행위로 지은 죄와 의무를 소홀히 한 죄를 자세히 살피고 그 가운데 버릇이 된 죄를 깨닫게 하소서.
...아멘.
구체적인 내용은 빠진 짧은 기도문입니다.
호르헤 는 그의 나직한 목소리로 읊어지는 기도문이 들리자 다시 눈을 감은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도문이 끝난 후에도 마리우는 여전히 눈을 감은채 무언가에 매달리듯 손등이 새하얗게 변할 정도로 마주잡은 손에 힘을 주어 기도하고 있습니다.
뺨이 수척히 들어가고, 눈 아래가 퀭할 정도로 검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한 것처럼 보여요.
호르헤:신부님...
마리우 는 그의 부름에 그제서야 눈을 뜨고 고개를 돌린다.
마리우:네. 형제님.
호르헤: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신지 걱정이 되는군요.
마리우:(그의 의도를 잘못 짐작하고선) 역병에 걸린건 아니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저 조금...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라면 성당 휴게실에서 차라도 타주는 건 어떨까요?
호르헤: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시죠.
호르헤 는 그가 제법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풀였다가 일어나 성당 휴게실로 향한다.
마리우 는 그의 말에 놀라선 저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마리우:형제님?
호르헤는 성당의 휴계실로 향합니다.
휴게실 안쪽은 피로를 풀 수 있는 찻잎과 간식이 놓여 있습니다.
호르헤 는 물을 끓일 주전자를 찾는다.
주전자는 굳이 찾지 않아도 바로 보입니다. 몇번이고 사용해 봤는걸요.
휴게실 내부 전체에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호르헤 는 휴게실을 한차례 둘러본다.
호르헤:
기준치: | 75/37/15 |
굴림: | 2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호르헤가 휴게실을 둘러 보는데 마리우도 곧 뒤따라 도착합니다.
마리우:그렇게 폐를 끼칠 수는...
은밀행동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60/30/12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의자 아래에 떨어진 종이 조각을 발견합니다.
피곤해 보이는 마리우 몰래 집어 드는 것쯤은 일도 아니죠.
호르헤 는 몰래 종이조각을 주워들어 주머니에 넣는다.
호르헤:겨우 차 한번 내리는 일인걸요, 다른 것도 아니고.
마리우 는 할말이 없어져선 가만히 남는 의자에 앉아 그를 바라본다.
마리우:그저 잠을 조금 설쳤을 뿐입니다.
호르헤:악몽은 신실함과 관계없이 사람을 공평하게 괴롭히는 모양입니다.
마리우:다 제가 미욱한 탓이죠.
호르헤 는 물을 끓기를 기다리며 제 옆머리를 넘긴다.
호르헤:하하, 신부님께서요?
마리우 는 잠시 그 모습에 눈을 때지 못하다가 웃음 소리에 놀라 고개를 돌린다.
마리우:...
호르헤:마리우 신부님이 계시기에 마을 사람들도 다시 희망을 잃지 않고 찾아오는데, 스스로의 몸을 살피시길 바랍니다.
호르헤 는 물이 끓은 주전자를 들고와 그의 맞은편에 서서 찻잎을 덜어 뜨거운 물을 티팟 안으로 붓는다.
마리우:네...제가 할 일을 해야겠죠.
역병의 치료법이 빨리 나오거나 잦아 들어들기 전까지.
호르헤:달리 더 걱정하시는 일이 있으신가요.
호르헤 는 찻잔에 찻물을 따르고 그의 앞으로 밀어주고서야 자기도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마리우 는 잔을 받아 들고는 뜨거운 찻잔을 묵주를 주었듯 양손으로 쥔채 잠시 아무말이 없었다.
마리우:...뭐가 더 있을리가요.
호르헤 는 제 찻잔도 채우며 은은하게 입꼬리를 올린다.
호르헤:저는 많아서, 신부님도 그러실거라 생각했습니다.
마리우 는 고개를 들었다가 확인한 그의 미소에 표정을 굳힌다.
마리우:...걱정, 이 있으신가요.
호르헤:네, 무척. 이런 적이 없어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호르헤 는 그가 표정을 굳혀 자신을 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꼬리를 올린채 차를 한모금 마신다.
품질이 썩 좋지 못한 찻물이 목을 넘어갑니다.
마리우 는 찻잔에 입을 대지 못하고 그의 말을 홀린듯 경청한다.
마리우:무슨...
호르헤:후에 고해성사 때 하겠습니다. 차를 마시며 할 이야긴 아닌거 같거든요.
신부님도 쉬셔야하고.
마리우 는 미묘한 뉘앙스를 눈치채곤 아직 마시지도 않는 차를 다시 탁상위에 내려 놓는다.
마리우:형제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실 정도로 제 몸이 지친듯 하니 이만 쉬어야겠습니다.
배웅해 드릴까요?
호르헤 는 그제서야 저도 웃지 못하고 다시금 가라앉은 표정으로 찻잔을 내려놓는다.
호르헤:그게 편하시다면 그래야겠죠.
마리우 는 식은 찻물을 입에 털어 넣고 그를 입구로 안내한다.
호르헤 는 유순하게 그의 뒤를 따라 걸으며 한순간도 그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마리우:형제님 덕에 잠시 숨을 돌렸습니다. 그럼 평안한 하루 되시길.
호르헤 는 그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 아닐거라 생각하며, 대답하지 않고 고갯짓으로 인사만한채 몸을 돌려 성당에서 멀어진다.
성당의 문이 닫기고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립니다. 그에게 말한대로 마리우는 쉬고 있을까요?
호르헤 는 그가 무엇을 할지 생각하기를 억지로 그만두며 주머니에 넣어둔 종이 쪽지를 열어 살핀다.
[ 그 저주는 마치 전염과 같아서, 누군가의 주도 하에 퍼지면 겉잡을 수 없게 된다. ]
저주? 전염? 성당에 있기에 적합한 내용은 아니군요.
지능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호르헤 는 머릿속으로 가득찬 마리우에 대한 잡념을 없애려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다시 생각해본다.
다시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0 |
판정결과: | 실패 |
알기 힘드네요.
호르헤 는 미간을 꾹꾹 누르다가 그냥 다시 종이를 접어 제 주머니 안으로 넣는다.
호르헤는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그 자리에 섭니다.
호르헤:꼭 이 역병이 역병이 아니라 저주인 것처럼 말하는군. 그런데 이게 왜 성당에 있는지...
그것도 휴계실에 말입니다.
호르헤:전달 받은건가.
행운롤을 굴려봅시다.
호르헤:
기준치: | 85/42/17 |
굴림: | 6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쪽지의 크기가 어딘가 익숙하네요. 그러고 보면 잘려 마모된 옆면이 마치 제본된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이것이 책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성당 내부 이와 관련된 책이 있다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이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뒷문을 통하여 성당의 서재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호르헤 는 이것이 성경책의 모퉁이의 종이인가 짐작해보며, 성당의 뒷문으로 향한다.
호르헤:이런게 재본이 되어있을 리가.
뒷문은 잠겨있지 않습니다.
호르헤 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다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 서재를 찾아간다.
마리우는 보이지 않습니다.
서재 안은 허전합니다.
몇 개의 책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꽤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입니다.
당신이 올 때면 언제나 이곳은 책들로 가득했으니까요.
관찰해볼 수 있습니다.
호르헤:
기준치: | 75/37/15 |
굴림: | 2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몇 가지 책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한 열이 통째로 비어 있습니다.
호르헤:왜지..?
빈 자리에 대고 자료 조사 롤이 가능합니다.
호르헤 는 빈 책장 한 열을 자세히 살펴본다.
호르헤:
기준치: | 70/35/14 |
굴림: | 5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나무 책장 틈 사이에 끼워진 또 다른 페이지를 발견합니다.
호르헤 는 종이를 뽑아 본다.
핸드아웃을 확인해 주세요.
아주 오래된 고대부터 예언가와 마법을 다루는 이들은 진실을 이리 외치곤 했다.
마녀를 찾아라! 마녀를 잡아라!
마녀와 악마는 어떻게 잡을 수 있는가? 그들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그들은 제 모습을 감추지 못한다. 발길이 닿자마자 환경이 반응한다.
악마와 마녀를 죽이기 위해서는, 단 한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그 면전에 대고 ‘지금 내가 너를 죽이겠노라’ 선언하는 것이다.
악마의 이름을 부르며 말이다.
호르헤 는 펼쳐본 내용이 다소 어처구니가 없어 혼자 실소하였지만, 곧 정색하며 종이를 잘 접어 주머니 안으로 넣는다.
필기체로 적힌 글자를 보아하니 이건 책에 인쇄된 것이 아닌 타인이 직접 쓴 문장 같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일까요?
지능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80/40/16 |
굴림: | 6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모르겠습니다.
호르헤:(다시 생각해본다.)
호르헤는 다시금 머리를 굴려봅니다.
호르헤:
기준치: | 80/40/16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것이 아주 오래된 종이임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꽤나 시간이 흐른 고서에나 있을 법한 누렇게 변색되고 버석한 종이 질감입니다.
그러다 탁자위의 종이가 눈에 띕니다.
호르헤 는 마른침을 삼키며 탁자 위의 종이를 든다.
편지의 일부로 보입니다.
핸드아웃을 확인해 주세요.
마리우. 나일세. 몇 달동안 자네에게 소식이 없어 편지를 보내네.
일은 되어가고 있는 겐가? 소문은 들었네만 왜 빨리 끝을 내지 않는 거지?
이해할 수 없군. 이건 우리의 …일세. 자네도 알지 않나, …의 …는
호르헤 는 잘 보이지 않는 뒷말을 보기 위해 종이를 더 멀리해 쨰려본다.
종이가 찢기고 번져 더 이상 읽기 힘듭니다.
그 때, 지하실의 계단 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호르헤 는 흠칫하며 탁자 위에 편지지를 다시 두고 숨을 곳을 찾는다.
호르헤는 서재 가장 안쪽 책장 너머로 몸을 숨깁니다. 구석까지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를 발견하긴 어렵겠죠.
호르헤 는 책장 너머에 바짝 몸을 붙이고 숨소리를 죽인다.
여기 올 사람은 어차피 마리우 뿐이겠죠. 쉬러 간다더니 여기서 뭘 하는걸까요.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누군가와의 대화 소리가 함께 섞입니다.
“일의 진척이 너무 느려. 언제까지 질질 끌 생각인 건가?”
“방해물이 있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 방해물이 무엇인데?”
늙은 남자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선명한 마리우의 목소리.
마리우는 서재에 들어와 탁자 위에 있는 공책을 집어듭니다.
마리우:여기에 내가 한 모든 게 적어 놨으니 상황을 확인해보시던가요.
문이 닫히고 두 사람이 사라집니다.
호르헤 는 이제 이 상황이 우스갯소리가 아니고, 실로 마리우 신부가 엑소시즘 따위의 일을 하고 있음을 짐작하며 다시 서재 중앙으로 와서 그가 들었을 공책이 있나 확인한다. 들고 갔으려나...
공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호르헤:그래서 몸이 그런 상태인건가.
호르헤 는 서재에 달라진 것은 없나 한번더 둘러본다.
호르헤:(상대는 누구였으려나.)
특별히 달라진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호르헤 는 서재에서 더 찾을 것이 없어보여 자리를 뜨려고 서재의 문에 귀를 대본다.
어느새 발소리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지금이라면 나서도 들키지 않겠네요.
호르헤 는 안심하며 서재를 벗어난다.
호르헤는 서재를 벗어납니다.
호르헤 는 당장이라도 마리우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묻고 싶지만, 그런 마음을 누르며 성당의 뒷문으로 다시 나간다.
성당에서 빠져나와 마주한 마을은 휑하기만 합니다.
버석버석한 땅과 동물의 시체, 다른 곳에서 온 의사들은 죽은 전염병 환자들을 병원으로 옮깁니다.
고딕 건물들의 벽에는 생기를 잃은 담쟁이 덩굴들이 툭, 툭, 떨어져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이제 햇볕을 받는 스테인드 글라스로 무장된 성당만이 가장 아름다운 존재로 남았습니다.
죽은 자들이 있는 병원이나 생존자들이 모인 마을 회관으로 가볼 수 있습니다.
호르헤:...
호르헤 는 적어도 지금은 산 사람을 보고픈 마음에 마을 회관으로 향한다.
마을 회관에 있는 사람들은 정말 그 수가 손에 꼽을 만큼 적습니다.
그들은 마을을 버리고 떠날 것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중입니다.
한구석에는 꼬마 아이들이 두어 명 웅크린 상태입니다.
논의를 벌이는 어른들에게 가보거나, 아이들에게 가볼 수 있습니다.
호르헤 는 먼저 웅크리고 있는 아이들을 향해 가서는 무릎을 꿇는다.
호르헤:얘들아?
아이들에게 다가가면 아이들은 조용히 구슬로 저들끼리 놀고 있습니다.
호르헤의 부름에 곧 한 아이가 울먹이며 묻습니다.
“우리 죽어요? 우리 죄다 죽어요?”
호르헤 는 구슬들을 보다가 난감한 얼굴로 웃는다.
호르헤:누가 그러니? 너희는 괜찮을거란다.
아이들은 무어라 무어라 이야기를 떠들지만 울음 소리에 뭉개져 제대로 알아듣기가 어렵습니다.
호르헤 는 묻은 것은 없으나 손을 제 셔츠 자락에 몇번 문지르다가, 주머니 안에 애들에게 줄 견과류 따위가 있을지 뒤적인다.
별다른게... 없네요.
호르헤 는 한숨을 쉬며, 우느라 축축한 아이의 코 밑을 슥슥 소매로 닦아주곤 등을 토닥여주고 일어선다.
말재주나 설득 등 대인 기능 롤을 사용해 진정시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호르헤 는 아이들이 울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들을 달랠 말을 고른다.
호르헤:
기준치: | 35/17/7 |
굴림: | 2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호르헤의 괜찮다는 간곡한 설득에 한 아이가 겨우겨우 울음을 그칩니다. 그리고선 중얼거리 듯
“저희 말이에요, 매일 기도하러 갔어요. 성당에 밤마다 갔어요. 우리를 구해달라고 신한테 기도하러 갔어요.”
“신부님이 우리한테 전부 괜찮아질 거래요. 그리고 자꾸 미안하대요. 왜 미안하다 그랬을까요? 모르겠어요.”
호르헤:마리우 신부님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지친듯 주저 앉습니다.
호르헤:어른들은 자기가 어쩔 수 없는 일에도 종종 대신 진심으로 미안해하기도 하는 법이야.
호르헤 는 어쩐지 조금 짐작이 갔지만,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말을 꾸며내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호르헤:매일 기도하러 오는 너희들이 기특해 특히 더 그러실거다.
아이들은 진정된건지 지친건지 다시 조용해집니다.
호르헤:자자, 얼른 뚝하고 이러다가 구슬치기에서 지겠어.
호르헤 는 아이의 겨드랑이 안에 손을 넣어 구슬이 모인 쪽으로 돌려 앉히고서 어른들 쪽으로 간다.
모든 사람들이 공포에 질려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들은 당신이 온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이곳을 당장 떠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어디로?
다른 곳으로 도망쳐봤자 전염병은 이 나라 전역에 퍼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귓가에 들어오는 소리.
“그거 들었어요? 뱀의 저주라고. 그 저주가 한 번 퍼지면 사람들을 다 죽이고, 마을을 멸망시킬 수가 있대요.”
“악마야. 분명 악마가 이곳에 들어온 게야. 악마가 저주를 퍼트린 거야.”
악마.
정신력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65/32/13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문득 검은 수도복의 마리우가 떠오릅니다.
악마.
어쩐지 그가, 자신을 죽이러 올 것만 같은 기시감과 공포감이 듭니다.
왜?
호르헤 는 이상한 기분에 손끝으로 심장 근처의 가슴팍을 꾹꾹 누른다.
호르헤:...
가슴이 답답합니다.
호르헤 는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떨치기 위해 괜히 목을 가다듬으며, 공포에 질린채 말을 하는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호르헤:다들 진정하세요.
그러나 공포감에 호르헤의 말을 귀담아 듣는 이는 없습니다.
호르헤:대체 그런 근거없는 소문은 누가 퍼트리는겁니까.
호르헤의 질문이 공허하게 허공을 가릅니다.
호르헤 는 그 중 제일 목소리가 크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의 어깨를 잡아 정신차리라고 흔들어본다.
잡힌이가 힘없이 흔들리면서도 뭔가에 홀린듯 악마의 저주를 입안에서 웅얼거립니다.
호르헤 는 그런 그를 포기하고 한숨을 쉬며 여전히 회관의 구석에서 겁에 질려가는 아이들을 딱하게 바라본다.
체념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공간입니다. 숨통이 조여오는 듯 합니다. 살아 있는 사람을 보기 위해 왔지만 이들은 이미.
호르헤:살아도 산 것이 아닌거 같군.
호르헤 는 혼잣말로 웅얼거리며 걱정되는 아이들을 뒤로한채, 되려 조용할 죽은 것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회관을 나서면 구석에 앉아 중얼중얼 알 수 없는 내용의 기도를 흘리는 늙은 비쩍 마른 사내가 보입니다.
그는 당신을 발견하자마자 대뜸 외칩니다.
늙은 사내:악마가 왔어, 여기에 악마가 왔어!
악마가 저주를 퍼부은 게야, 그래서 우리가 다 이 모양이 된 거라고!
공포에 경직된 근육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시야에 담깁니다.
궁금해하던 소문의 시작을 찾은 거 같네요.
호르헤 는 그 미치광이의 외침에 피식 조소를 흘리며 자신을 가리킨다.
호르헤:저요?
남자는 대답을 하지 않고 정신이 나간 것처럼 호르헤의 두 팔을 붙잡고 악을 씁니다.
호르헤:당신 꼴이나 돌아보시죠. 장소도 가리지 않고 미친소리를 지껄여 어른이고 아이고 근거없는 공포에 떨게 만드는 사람이 더 악마같지 않습니까.
늙은 사내:악마를 죽여야 해! 악마를 죽여야 해! 성서를 읊고 칼을 들어. 그를 코앞에 두고 죽이겠다 알려야해. 그것이 인간의 사명이다. 이름을 부르고 사형을 선고해야만 한다.
호르헤 는 자신의 두팔을 잡고 악을 쓰는 그를 더러운 것이라도 된다는 양 온 힘으로 밀쳐낸다.
사내가 밀려 넘어지고 회관에서 사람들이 뛰쳐나옵니다.
저 인간 또 저러는군, 탄식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너무나도 또렷한, 너무나도 선명한, 너무나도 굳건한 목소리의 속삭임이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바로 공포에 사로잡힌 사내의 것이었습니다.
“저주가 사라질 방법은 주체를 죽이는 것뿐이라고, 친구…”
왜 자꾸,
왜,
자꾸,
마리우가 생각나는 걸까요?
호르헤 는 미간을 찌풀이며 관자놀이를 꾹 누른다.
호르헤:제길...
호르헤 는 이 생각이 그저 그에게 쌓인 사적인 감정이 이성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 느끼며 어금니를 문다.
호르헤:차라리 나중에 직접 따지는게 낫겠어...
호르헤 는 여전히 소란스러운 곳을 떠나고픈 마음이 간절해진다.
호르헤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깁니다.
호르헤 는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얼굴을 지우려 애쓰며 걸음걸이에만 신경쓴다.
호르헤는 병원으로 향하나요?
호르헤 는 병원으로 곧장 향한다.
병원은 환자들의 곡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생명의 숨소리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분주하게 곳곳을 소독하고 있습니다.
입구를 기웃거리는 당신을 향해 간호사가 다가와 이 이상 들어오면 안 된다고 경고 합니다.
나가기 전, 시체에 대고 관찰 판정이 가능합니다.
호르헤:
기준치: | 75/37/15 |
굴림: | 3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어쩐지 시체들이 기괴한 표정이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꼭, 저주 받은 것처럼요.
광기에 미쳐버린 얼굴들입니다.
전염병 특유의 반점이나 괴사는 없으나, 모두 충격적인 걸 본 듯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성롤을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65/32/13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호르헤는 알 수 없는 역겨움을 느낍니다.
호르헤의 이성이 1 감소합니다.
호르헤 는 억지로 침을 삼켜 역겨움을 견디어보려한다.
병원 입구에 나오면 벽에 붙은 전단지들과 익숙한 수도복의 옷자락을 발견합니다.
마리우입니다.
의사와 대화를 하는 모습은 유려하기만 합니다.
낮에 피곤한 얼굴은 어디로 갔는지, 진심으로 병세를 걱정하는 듯한 모습이, 어쩐지…
호르헤 는 그를 보고 저도 모르게 놀라 한발자국 뒷걸음을 쳤다가, 그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옅은 분노를 느낀다.
정신력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는 지근거리에서 그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들어보기로 한다.
호르헤:
기준치: | 65/32/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분노는 곧 공포가 되고,
마치 마리우의 주머니에 리볼버나 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묘한 감정이 등줄기를 훑습니다.
왜일까요.
저 검은 수단이 유독 시커멓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가 마치 악마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감정을 곱씹어 보기도 전에 마리우가 고개를 돌려 그와 눈을 마주칩니다.
마리우 는 표정이 어색한듯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이내 의사를 두고 가깝게 거리를 좁힌다.
마리우:형제님.
호르헤 는 저도 모르게 다시 한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가 의지로 멈추어본다.
호르헤:...신부님.
마리우 는 부드럽게 웃어보인다.
마리우:좀 전에는 피곤해서 제대로 상대해드리지 못한것 같아 죄송합니다.
호르헤:지금은 많이..괜찮아 보이시는군요.
그럼 된거죠.
마리우 는 제 얼굴을 마른 손으로 쓸어보며 표정을 정돈한다.
마리우:형제님께서 신경써주신 덕이죠.
호르헤:여긴 무슨 일로 오신겁니까.
마리우:종부성사와... 환자분들을 위한 기도를 위해서요.
호르헤 는 그것이 지극히 그가 해야할 일이 맞음을 알면서도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여 한참동안 입을 다물다가 뒤늦게 뒷말을 고른다.
호르헤:....회관은 가보셨습니까?
마리우:아직입니다. 무슨 일이 있나요?
호르헤:한 미치광이의 소리에 어른이고 아이고 공포에 질려있습니다.
제 말은 통하지 않지만 신부님 말씀이라면 어떨까 싶어서요.
....이런걸 신부님께 묻는 것조차 결례인걸 알지만, 신부님은 악마나 마녀의 존재를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마리우 는 곤란한듯한 표정을 짓다가
마리우:악마의 존재는 성경이 증명하는데 제가 어찌 부정하겠습니까.
호르헤:..그럼 이 역병이 정말 그런 것들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까.
마리우:...저에게는 그런걸 판단한 능력이나 권위가 없습니다. 형제님.
하지만... 그렇다고 형제님의 그런 의심이 그릇되거나 광증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절박한 상황이니까요.
호르헤 는 그가 당연하게도 제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모습에 어금니를 물었다가 힘을 푼다.
마리우 는 그의 그런 모습에 저도 모르게 뺨에 손을 가져대 대곤
마리우:...도움이 되지 못해 죄송합니다.
호르헤 는 제 빰에 닿는 그의 손에 하관의 힘을 풀고 고개를 그의 손바닥으로 기울여 붙인다.
호르헤:저는 아이가 아닙니다. 신부님의 책임이 아닌 것에 대해 저에게까지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마리우 는 그의 대답에 잠시 할말을 잃었다가 다른이의 시선을 신경쓰듯 손을 내렸다.
마리우:그렇겠지요.
제가 건방졌습니다.
마리우 는 말을 고르듯 머뭇거리다가
마리우:그럼 성당에서 다시 뵙길 바라겠습니다. 평안하시길.
미심쩍은 글귀와 미심쩍은 마리우의 태도가 자꾸 자신의 신경을 긁습니다.
그러나 그것을 추궁하기 전 마리우는 별거아닌 거부에도 타격을 받은 듯 자리를 뜹니다.
주위 간호사와 의사들이 말하는 게 들립니다.
듣기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70/35/14 |
굴림: | 4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주위 간호사와 의사들이 말하는 게 들립니다.
“정말 착한 분이시지, 매일 와서 환자를 위해 기도하고…”
“요즘 항상 밤을 새는 것 같으시더라고. 어쩐지 수척한 기색이던데, 바쁜 일이 생긴 걸까?”
간호사와 의사들에게 말을 걸어볼 수 있습니다.
호르헤:안녕하세요.
호르헤 는 그들에게 인사말을 건네며 다가간다.
간호사:안녕하세요...?
호르헤:고의는 아닌데 마리우 신부님 이야기를 들어서요. 근래 신부님이 혹시 몸이 안 좋으신겁니까?
간호사:...근래 무척 피곤해 보이시더라고요. 그런데도 병원에 일손이 부족한걸 아시고 자주 도와주시니 감사하지만 저러다 큰일 나는건 아니신지. 다행히 누군가를 미워하는거 같진 않으시지만.
호르헤:그러게 말입니다.... 행여 도움이 되어드릴 방법이 없을까 궁금하던 참이었습니다.
간호사:(전혀 예상하지 못한 표정으로) ...그러면 가끔 오셔서 힘쓰는 일이라도. 아 혹시 주변 지인분들 중에 누군가를 맹렬하게 미워하게 되면 알려주세요.
호르헤:...맹렬히 미워한다는게 무슨 말씀인지요?
간호사:역병의 전조인데... 전염병이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본인이 아프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해요.
어느 순간 서서히 상대에 대한 미움으로 미쳐가고 독이 온몸에 퍼진 것처럼 고통스러워하다 불시에 사망하죠.
아마 (본인의 뇌를 가리킨다) 뇌에 문제가 생기는거 같은데...
그래서 더욱 신부님께서 고생이신거고요.
호르헤:어떻게 뇌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전염이 될 수 있는거죠.....(조금 기가차선) 신부님은 그럼 말씀으로 그 병을 치료할 수 있을거라 여겨 병원을 찾아오시는 겁니까?
간호사:(호르헤가 의료진의 의견을 무시하고 마리우를 비난한다고 여기고 표정이 굳어진다.) ...전염병이 뇌에도 영향을 준다는게 저희의 의견입니다만. 비극적이게도 아직 치료법은 찾지 못했고 신부님께서는 환자분들의 마지막이라도 편안히 가게 하시기 위해 노력하시는 중입니다.
저희에게 따진다고 하셔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군요.
간호사는 불쾌해하며 다시 병원으로 들어갑니다.
호르헤 는 속으로 쓸데없는 곳에 시간과 몸을 축내는 마리우를 못마땅해하며 자기도 병원에서 벗어난다.
호르헤는 병원을 벗어납니다.
호르헤:보통 역병이 아니었군.
호르헤 는 그저 어떤 고열 등이 밀려오는 열병일줄 알았건만, 진장은 수상하기 그지없어 미치광이가 떠들던 말이 문뜩 생각나버린다.
호르헤 는 속으로 마리우에 대해 느끼는 공포감이나, 사적인 일로 미워하는 것이 과연 역병의 징조로 볼 수 있는가 생각하지만...자신은 실로 마리우에게 순수히 애증을 느끼고 있다 생각해버린다.
호르헤는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추스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나요?
호르헤:(성당으로 가고 싶다...)
호르헤의 발걸음은 자연히 성당쪽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도착해서 막상 몸에 익은대로 성당의 문을 밀어보지만 덜컹하고 흔들릴 뿐 열리지 않습니다.
문에 자물쇠가 잠겨 있습니다. 이래선 들어가지 못하겠네요.
호르헤 는 성당의 뒷문도 기웃거린다.
아는 사람만 아는 뒷문은 잠기지 않았네요.
호르헤 는 과감하게 뒷문을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가 마리우의 행방을 찾는다.
그러나 인기척은 찾을 수 없습니다. 작은 성당인데 말이에요.
호르헤:...
호르헤 는 눈썹이 기울고 미간을 좁혔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마리우는 어디로 간걸까요? 호르헤는 들어왔던 뒷문을 통해 나가서 집으로 돌아갑니다.
어쩐지 많이 피로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집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마리우입니다.
호르헤:...신부님?
마리우:형제님. 이제 오시네요.
호르헤:성당에...계실줄 알고.
호르헤 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가 다른 곳에 갔을거란 생각에 씩씩거리던 참이라, 갑작스래 어안이벙벙해진다.
마리우:(눈을 접어 웃으며) 형제님에게 새로운 책을 빌려 드리러 왔는데. 엇갈렸나 보군요.
하지만 어쩐지 핑계처럼 들리는 말입니다.
호르헤:책...이요?
마리우:근래는 농토도 마르고... 무료하실것 같아서요. 이제는 이 마을의 식자층도 몇 남지 않아서 새로운 책을 돌려볼 이도 얼마 없으니까요.
호르헤 는 책을 받겠다는 투로 손을 내밀며
호르헤:그 뿐이십니까?
마리우 는 늘어놓은 말과는 다르게 손에 들린 책을 건내주기 보다는 호르헤의 안색을 살피기 바빴다가 뒤늦게 내민 손에 책을 올린다.
평범한 유명인의 수기입니다.
마리우:...몸은 괜찮으십니까? 병원에서 보이던데 아픈 곳이 생긴건 아닌지요.
호르헤 는 책을 보았다가, 그의 걱정스런 안부를 묻는 말에 표정을 풀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서 다시 그를 보며 마리우가 등지고 있는 문을 한손으로 짚는다.
호르헤:신부님께서 진찰도 해주시는지 모르겠군요.
마리우 는 가까워진 거리의 그를 물러나지 않고 바라보다가 입안의 살을 깨물고
마리우:진찰은 하지 않습니다.
호르헤:그래도 신부님께서 환자를 돌보시느라 몸까지 축내신단 이야기를 들었는걸요.
마리우:그저 가시는 길에 마음이라도 편하게 해드릴려는 시도지요. ...대부분은 소용없는.
호르헤:그래도 희망이 있으니 가시는게 아닙니까. 가서 무얼하고 계시는건가요?
마리우:저를 높게 평가해주시는건 감사하지만... 정말 그뿐입니다.
마리우 는 고개를 기울여서는 속삭이듯 아주 작은 목소리로 침울하게
마리우:희망을 드린거라면 죄송합니다.
호르헤 는 그가 속삭이는 침울한 목소리에 마른침을 삼켰다가 지근거리의 그를 올려다본다.
호르헤:그런 소리를 듣고 싶은게 아니었습니다, 정말로.. 차라도 한잔 하고 가시겠습니까?
마리우:...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호르헤 는 속으로 안도하며 그제서야 손을 거두어 집문을 열어 그가 들어가길 기다린다.
마리우 는 미저 불을 켜지 못한 집으로 별다른 거리낌 없이 들어갑니다.
호르헤 는 그가 도망이라도 갈까 먼저 문을 닫고서야 집안에 불을 밝히며 물을 끓이러간다.
호르헤:편히 앉아계세요.
마리우 는 그의 안내대로 적당한 의자에 앉아서는 그가 사라질때까지 앉아서 그 모습을 뒤쫓는다.
호르헤 는 주전자의 물을 끓이며 텅 빈 찬장 위를 뒤적여 묵었지만 그나마 괜찮은 찻잎을 골라낸다.
마리우 는 그가 공들여 저를 대접하는 티를 내자 가만히 있기 민망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간다.
마리우:그러고 보면 이번에는 제가 대접해드릴 차례였는데.
호르헤:바쁘실텐데 시간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호르헤 는 그가 다가오는 것에 속으로 음습하게 기뻐하며 바라본다.
마리우 는 그의 거절에 어설피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르헤:정말 오늘은...병원에서 신부님을 보기 전까지 아프신게 아닐까 걱정되어 마음이 편하지 못하더군요.
호르헤 는 끓은 물을 찻잎 위로 따라내곤 그를 향해 몸을 돌려 바라본다.
마리우:저희는 서로 걱정하고 있었군요.
호르헤:제가 아파보였습니까?
마리우:제가 미련한 탓이죠.
호르헤:간호사분께 들었습니다. 이번 역병은 몸이 축나고, 열병이 있는 징조가 아니라고...
호르헤 는 짧은 한숨을 쉬며 일부러 그의 시선을 한번 피해본다.
마리우:전신에 고통을 느끼긴 합니다.
마리우 는 제 시선을 피하는 것에 차가 우려지는 티팟 옆의 손을 잡아본다.
마리우:정말 아니지요?
호르헤 는 잠시 뜸을 들이며 제 손을 잡은 그의 손을 바라보다가, 손을 뒤집어 그의 손을 마주잡고서야 마주 바라본다.
호르헤:제가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 생각하시는겁니까?
마리우:...그저 병일 뿐이니까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형제님의 본심은 아니실겁니다.
호르헤:신부님, 저는 누구를 그리 미워해본 적이 없습니다. 갑작스래 남을 뜨겁게 증오하기 시작한다면 이상하게 생각해봐야겠죠. 그렇지만 그게 본심일지도 모를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마리우 는 눈을 감고 마주잡은 손에 힘을준다. 장고끝에 겨우 입을 열고.
마리우:...이웃을 용서하십시오. 그분께서 저희를 용서하시듯. 저는 형제님께서 이 이상 죄를 짓기를 원치 않습니다.
호르헤:...이미 지은 죄가 많은데 하나 더 늘어난다해도 티가 나지 않을거 같습니다. 신부님도 제가 어떤지 아시지 않습니까?
호르헤 는 손가락을 하나씩 얽어 깍지를 껴가며 그의 표정을 가까이에서 살핀다.
마리우 는 손을 빼지 않고 가까워지는 거리를 방치하더니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마리우:...단순한 난봉꾼이 아니라 대탕녀 바빌론이었지요. 소문보다 더하더군요.
호르헤 는 그의 비틀린 미소와 저를 매도하는 말소리에 등골을 타고오르는 오싹함을 느끼며 목울대가 움직이도록 마른 침을 삼킨다.
호르헤:그렇습니다.... 그러니 저를 이 재앙으로부터 구원하지 못하였다고 바닥에 주저앉아 우는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로 위로하려하지 마세요. 제가 신부님께 원하는건 그런게 아니란걸 알고 계시잖아요.
마리우:...알고 있습니다. 참 염치도 없고 분수도 모르는 요구이지요. 이 마을에 살아 남은 성직자라고는 저 밖에 없는 바람에 속 편히 고해성사를 하면 그만인 이들과는 다르게, 저는 고해를 들어줄 사람이 신 밖에 없는데 말입니다.
호르헤:음탕아인 것을 빼더라도, 저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사람입니다. 오늘 저를 찾아오시지 않았으면 이 사실을 알고도 고해성사로 당신에게 음심을 품었다고 말하며 기어코 제 죄를 늘렸을 것 입니다. 오히려 이런 저를 신부님이 미워하게 되시는게 빠를거 같아 제가 하는 걱정이 더 타당하지 않습니까?
마리우:...하나 묻겠습니다. 고해소에서 신부의 좆을 뒷구멍으로 받고 싶다고 고해하는 것이 정말 죄를 용서받기 위함입니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은밀한 음심을 채우기 위함입니까. '형제님'. 더한 죄를 짓기 위해 저를 유혹함이 정말 아닙니까?
호르헤 는 맞잡은 손을 올려 그의 손가락들을 제 입술 위로 아슬이 닿게 하곤, 그에게 잠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호르헤:이게 정말 죄라면 후자겠죠. 꿈자리가 사나운지 오래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절규하며 수많은 손이 저를 향하는 그 지옥같은 꿈속에서도 저는 신부님의 손만이 제 목을 조르고 매도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죄를 늘리는 일인지, 아니면 벌을 받고 싶은건지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마리우 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입술이 닿아 억지로 의식하려 하지 않던 손을 빼내더니 그대로 그의 두꺼운 목을 잡아다가 손아귀에 힘을 준다. 한손으로는 빠듯하기에 벽으로 밀쳐서 고정시키며
마리우:전부입니다. 형제님. 만약 이대로 제가 한손이 아닌 양손으로 목을 졸라 병에 걸리기 전 온전한 모습으로 주님의 곁에 보내드리면 어떨까요.
마리우 는 마치 그가 반항을 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 듯 남는 손으로 그저 벽을 짚고 몸을 가까이 댄체 다리를 들어 제 허벅지로 그의 사타구니를 눌러 반응을 살핀다. 정말 대답이라도 기다리는 것처럼.
호르헤 는 의심하던 그에 대한 공포감이 커져 직접적으로 와닿는 것에 설명할 수 없는 흥분을 느끼고, 사타구니를 압박하는 허벅지에 여지없이 반쯤 부피를 키운다. 한손만으로도 숨이 차올라 쉰 소리로 한마디를 내뱉는다.
호르헤:기, 쁘겠죠...
마리우 는 송곳니가 보일정도로 입꼬리를 찢어 올렸다가 그의 대답에 표정을 구기곤 곧바로 손을 놓고 거리를 벌렸다. 그가 자세를 잡기 전 고개가 돌아갈만큼 뺨을 내려치곤 자신의 일은 끝났다는 듯 옷매무새를 정돈한다.
마리우:역겹습니다 형제님. 차를 대접받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이만 돌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호르헤 는 고개가 돌아간채로 그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천천히 숨을 고르다가 제 뺨을 짚는다.
호르헤:.....
마리우:평안하시길.
마리우 는 그런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방을 나선다.
호르헤 는 그가 방을 나서버리고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해 제자리에서 한동안 씩씩거린다.
호르헤는 너무 짙게 우려버린 찻물 옆에서 억지로 몸을 식힙니다.
다행히 텅 빈 집에는 언제나처럼 그 혼자 뿐입니다.
호르헤 는 겨우 식은 숨을 내뱉을 수 있고 나서야 식은 찻물을 전부 창밖으로 쏟아 버리며 머릿속을 정리한다.
호르헤:....
호르헤 는 탁자 위에 내려둔 그가 건넨 책을 그제서야 들어 살핀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책입니다. 역병이 돌고 있다지만 큰 도시만 나가도 아직 서점에서 팔고 있을 것 같네요. 자신을 찾아오기 위한 마리우의 핑곗거리일 뿐일까요?
호르헤:이래놓고는.....
호르헤 는 정말 핑곗거리 뿐인 책인 것을 다시금 확인하고선 실소를 흘린다.
호르헤 는 엄지로 종잇장이나 후루룩 넘겨본다.
정말로 별 내용이 없습니다.
호르헤 는 두 눈으로 다 확인하고서야 던지듯 탁자 위로 책을 놓고서 창밖을 내다본다.
아무것도 자라지 못한 마른 땅덩이와 어두워진 하늘이 보입니다.
호르헤 는 잠이나 청할까 하다가도 계속되는 악몽이 생각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호르헤:몸이 노곤해서라도 잠들면 좋을텐데..
마리우의 모습 또한. 악마, 저주, 주체.
마리우의 수상쩍은 행동들.
주체를 죽여라. 악마를 죽여라.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나련지요.
그러면 이 모든 끔찍한 저주가 사라지기라도 하나?
그러나 당신을 믿어줄 이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호르헤:...
호르헤 는 갑작스래 몸이 오싹할 정도로 외로움을 느끼며 두팔로 제 몸을 감싸안는다.
호르헤:차라리 도움이 되어 드리고 싶다 할걸 그랬나.
호르헤 는 내일은 차라리 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내지 진실을 알려달라하는게 좋겠다는 생각과 그럴 기회조차 가질 수 있는지 의심하며 침실로 향한다.
호르헤는 복잡한 심정으로 침실로 들어갑니다.
호르헤 는 누우면 어떻게라도 잠이 오겠지 생각하며 옷을 하나 둘 벗어 협탁 위로 던져놓은채 맨몸을 먼지내가 나지만 보송한 이불아래로 던져 폭 눕는다.
잠이 몰려옵니다.
아, 모르겠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아침에 눈을 뜨면 다시 마리우를 찾아가봅시다.
얼굴을 봐야 무엇이든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호르헤 는 그의 서늘한 표정을 기억하는 바람에 한기를 느끼고 이불을 더 몸으로 말은채 몸을 웅크린다.
…
꿈을 꾸었습니다.
무언가 당신의 목덜미를 부드러이 감싸쥐더니, 당신의 손에 칼을 쥐여줍니다.
눈앞에는 마리우가 있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마리우입니다.
그의 심장에 칼을 찔러넣습니다.
아, 이것으로 당신은 오롯이 자유가 됩니다.
자유가…
...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문득 탄내가 당신의 코를 찌릅니다.
어렴풋이 눈꺼풀을 들어올리니 방안이 매캐한 연기로 가득 차고 공기 중에 열기가 떠다닙니다.
“불이야!”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봤자 이곳에 화재를 진압할 인원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마을의 몇 안 되는 생존자가 양동이로 물을 퍼 창밖에서 당신의 집에 난 불을 끄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는 게 보입니다.
하지만 턱 없이 적은 수입니다.
탈출할 수 있을까요. 시도라도 해볼까요.
도망치려 하면 점점 시야가 감깁니다.
숨이 찹니다.
알몸으로 뛰쳐나간 방 바깥은 화마가 지배했습니다.
이대로 죽는 건가
고통에 바닥을 깁니다.
호르헤 는 바삐 주위를 둘러보며 빠져나갈 곳을 찾으며 바닥을 긴다.
호르헤:허억..윽...
그 때 누군가 당신을 끌어안고 창밖으로 뛰쳐나갑니다.
신선한 산소가 폐부에 차고 나서야 죽을 듯이 기침을 내뱉었습니다.
여전히 불에 타오르는 집이 보이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앞에는 마리우가 있었습니다.
재에 그을린 모습으로 어쩐지 복잡한 표정입니다.
마리우:...
호르헤:...신, 부님..
마리우 는 이미 아랫단이 조금 뜯어진 수단을 벗어서 그의 몸에 걸쳐 가린다.
호르헤:어떻게 여길...
호르헤 는 제 몸을 일으켜보려한다.
마리우:지나가는 길이여서...
마리우 는 변명을 주워삼키곤 한박자 늦게, 단추를 채워주며
마리우:호흡은 괜찮으신가요.
호르헤 는 몇 번 기침을 하며 호흡을 고르어보다가, 멈출 새 없이 불길에 휩쌓인 제 집을 바라본다.
호르헤:...
정말이지...절망의 바닥은 끝이 보이질 않는군요...
마리우:...
마리우 는 그제야 그를 일으켜 세워준다.
호르헤 는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그제서야 마리우를 살펴본다.
호르헤:...감사합니다.
마리우:제가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될 수 없겠죠.
수단을 벗은 마리우를 보는건 이걸로 두번째네요.
호르헤:.....오열을 하거나, 분노에 찬 소리라도 해야할거 같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습니다.
저도 그런데 신부님이라곤 오죽하겠습니까.
호르헤 는 조금 넋이 나간채로 불구덩이를 본다.
마리우: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 돕겠습니다. 형제님.
호르헤:...당장 오늘 밤도 지낼 곳이 없어서, 염치없지만.....
호르헤 는 말을 하다가 말고 목에 무언가 턱 걸리는 기분에 입을 꾹 다문다.
마리우:당연히... 하지만 오늘은 성당이 아니라 회관에서 머무시는게 어떨까요. 당장은... 당장은 안되어서.
마리우 는 그의 어깨를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조금 필사적으로.
마리우:오늘 밤은 안됩니다.
호르헤:하.
호르헤 는 그의 대답에 그만 실소가 흘러 제 어깨를 짚은 손을 천천히 떼어낸다.
호르헤:...뭐하러 살리신겁니까.
마리우:...죽기를 바라셨나요?
호르헤:모르겠습니다. 당장 상황이 이러니 어떤 쪽이 나았을지 조금도 감이 잡히지 않네요.
그냥 혼자 있고 싶습니다..
호르헤 는 몸을 돌려 그의 말대로 터덜터덜 마을 회관 쪽으로 향한다.
마리우 는 그런 그를 잡지 못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호르헤가 몸을 돌려 걸어가다 문득 위화감이 듭니다. 방금 본게 뭐였죠?
마리우가 사라진 자리에 관찰 판정
호르헤:
기준치: | 75/37/15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 탄 성냥과 기름이 떨어져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아이디어 롤을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80/40/16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불을 지른 자가 마리우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성롤을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64/32/12 |
굴림: | 4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충격적인 추론에 호르헤의 이성이 1 감소합니다.
그렇다면 왜?
기껏 죽이려 해놓고, 도대체 왜?
아, 하지만 이것으로 당신은 정신이 또렷해집니다.
그는 당신을 죽이려 했습니다.
당신이 종이를 보아서?
당신이 무언가를 알아차린 것 같아서?
문득 당신은 불에 의해 쓰러진 집의 나뭇더미 아래에 어떤 물건이 떨어진 걸 발견합니다.
칼입니다. 식칼.
품에 숨길 수 있을 만한 크기와 누군가의 명치에 찔러 넣으면 단박에 숨통을 끊을 만한 날카로움.
호르헤:....
호르헤 는 식칼을 주워든다.
호르헤 는 아슬하게 식칼의 날과 끝을 손가락 끝으로 훑어보다 마리우가 걸쳐준 수단의 옷 안으로 품는다.
마을 사람들이 다가와 마을 회관으로 안내해줍니다.
호르헤 는 초점없는 눈으로 마을 사람들을 따라 회관으로 향한다.
불타버린 집을 뒤로 하고 마을 회관으로 이동합니다.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받았지만 잠이 올 턱이 없습니다.
정말로 그가?
정말로 당신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호르헤:그렇게 경멸스러웠던가.
즐거움에 한 일이 아니었던가.
혹은...
호르헤 는 작게 혼잣말을 하다가, 제 존재에 대한 의문을 가진다.
회관에 누우면 몇 개 전부 불타지 않은 호르헤의 물품을 마을 사람이 가져다줍니다.
옷가지와 함께 위로와 응원을 약하게나마 전달도 하네요.
호르헤 는 수단을 벗고 마을 사람들이 건넨 옷으로 갈아입는다.
옷을 갈아 입으며 짐을 살피자 처음 보는 것이 있습니다.
굉장히 오래된 책입니다.
공책일까요? 수기?
호르헤:...?
호르헤 는 고개를 기울이며 책을 주워들어 살핀다.
수기를 펼쳐 읽으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핸드아웃을 확인해 주세요.
누군가는 선택 받았다고 한다. 저주와 악마와 질병을 내쫓을 선택을 말이다.
저주와 악마. 악마라 일컫는 이들이 발을 딛는 곳의 풀은 사그라지고 죽어간다.
다른 이름으로는 ‘마녀’라고 불린다. 저주와 마녀는 생각보다 밀접한 연관을 지녔다.
그들은 존재만으로도 자신이 몸 담근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
저주의 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악마와 마녀를 향한 퇴치법을 사용해야 한다.
이름을 부르고, 사형을 선고하는 것.
지능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80/40/16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강행 가능할까요?)
가능합니다.
호르헤:
기준치: | 80/40/16 |
굴림: | 3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이 마을에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때가 마리우가 성당에 도착한 날과 동일함을 떠올립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기막힌 타이밍이었죠.
호르헤 는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의심의 파편에 구역질을 느끼며 느릿하게 도리질한다.
호르헤:그럼 전 신부님은...
마리우 신부는 전 신부님이 죽어 온거잖아...
대체, 어떻게.
...
새벽이 무르익지만 잠은 여전히 오지 않습니다.
호르헤 는 뜬 눈으로 제 생각을 의심하길 그만두며 어느 한곳을 응시하고 있는다.
호르헤는 어딜 바라보나요.
호르헤 는 회관의 문을 바라본다.
문은 굳게 닫겨 있습니다.
호르헤 는 품에 식칼을 숨기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호르헤:마리우...
그러다 문득 성당의 문도 굳게 닿겨 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호르헤 는 갈 곳 없는 분노와 불안에 제 한쪽 머리를 틀어쥐고 낮게 신음한다.
호르헤:왜....어째서...
어째서 일까요.
호르헤 는 가슴 속에 치밀어오르는 괴로움을 이기지 못해 다시 자리에 엎어져 가슴을 쥐어뜯는다.
호르헤가 잠들지 못한채 몇번이고 뒤척입니다.
호르헤 는 몸을 뒤척이다가, 이것이 어쩌면 제가 받는 진정한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 당신의 곁에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누구지?
떨리는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어쩐지 익숙합니다.
수도복이 사락거리는 소리.
그렇군요. 다시 마리우입니다.
뭘 하려는 셈일까요. 가만히 지켜볼까, 싶어지는 순간입니다.
마리우:네가 나를 방해해.
어쩐지 울분에 찬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습니다.
이어서, 당신의 목을 조르는 손길.
숨이 사라집니다.
호르헤:..마,리..ㅇ...
근력 롤 가능합니다.
호르헤 는 갑작스런 괴로움에 제 목을 조르는 그의 두 손목을 틀어쥔다.
호르헤:
기준치: | 70/35/14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점점 머리의 산소가 없어진다 싶을 즈음에야 손이 겨우 떨어집니다.
미미한 흐느낌이 귀에 들어오나 싶을 무렵 인기척이 사라졌습니다.
꿈이었을까요?
하지만 목에 남아있는 감각만큼은 너무도 선명합니다.
정말로, 나를, 죽이려 했어.
끔찍한 기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습니다.
호르헤:....
호르헤 는 손으로 제 목을 더듬으며 멍을 때린다.
현실로 돌아오는데 사위는 그제서야 쥐죽은 듯 조용합니다.
호르헤:....
호르헤 는 어지러움과 구토감을 느끼며 다시 자리로 제 몸을 떨어트린다.
...
마을 회관에서 겨우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언제 깨어났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말세라며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듯이 성당에 기도를 하러 사라졌습니다.
집을 잃은 지금으로선 당신도 몸을 위탁할 곳이 회관과 성당밖에 없습니다.
호르헤 는 평소와 같은 나날이었다면 저도 일어나 마을 사람들을 따라 성당으로 기도를 하러 갔을텐데- 따위의 생각을 하며 눈을 느리게 감았다 뜬다.
시간은 미사가 시작되기 30분 전입니다.
딱 이 시간부터 고해소에 마리우가 자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마리우와 얼굴을 보지 않고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고해, 고해성사라.
그렇다면 무엇에 관한?
저주를 몰고 다니는 주체를 죽이라는 사내의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악마를 죽이라는… 그를 위해 사형을 선고해야 한다던…….
아,
마리우를 죽일 거라는 고해?
호르헤 는 그에게 생각해둔 고해는 이와 같지 않았음을 상기하고 또 실소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터덜터덜.
성당에 도착해 고해소로 향하면 작은 공간이 나옵니다.
호르헤 는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를 제외한 다른 신도들은 보이지 않습니다.
호르헤 는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걸 알고서야 고해실로 향한다.
신자가 들어가는 장소에 몸을 욱여넣으니 닫힌 고해창 너머 마리우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마리우:고해 성사를 하러 오셨나요?
호르헤:...네, 그러기로 했으니깐요.
호르헤 는 그의 잠긴 목소리를 들으며 자리앉는다.
자, 말해보세요. 당신은 무엇을 고백하기로 했었나요?
호르헤:어젯밤 제 집이 불타고, 다른 이가 저를 구했습니다.
은인이라 생각하였건만....실은 그가 불을 지른 듯 하더군요.
그래도 그에게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신부님께서 이웃을 용서하라 하셨으니깐요.
그리고 꿈속에서 그가 다시 제 목을 조르러 왔습니다. 아니, 꿈이 맞을까요. 아니면 그를 용서하고 싶지 않은 제 자신이 만든 환각일까요.
마리우는 묵묵부답입니다.
당신의 고해는 끝인걸까요.
호르헤:....
호르헤 는 그의 묵묵부답에 주먹을 꽉 쥔다.
선고는 하지 않나요? 그것이 당신의 선택인가요?
호르헤:...변명이라도 해주길 바라고 왔습니다. 당신을 죽이겠다는 결심을 하고 오기도 했죠. 우리 둘 중 누군가는 악마일테니. 진정 누군가 죽어야만 끝나는 역한 고행의 길 아닐까요. 그렇지만 저는 이런 벌을 감당해야할만큼 죄를 지었다고 여지껏 반성의 여지가 없습니다. 밤마다 세상이 불타고 저를 죽이려 들더라도, 신부님이 제 곁에 남아 저를 마녀라 칭하며 경멸하고 죽이려 드는게 되려 달콤하다 느끼면 계속 이대로 살아가서는 안되는겁니까?... 신부님, 저를 죽이시던가 아니면 당신의 죄를 안고...저와 함께 지옥의 구덩이로 가주시길 바랍니다.
호르헤 는 말을 끝내고 품에 있던 식칼을 꺼내어 반대편으로 건넨다.
고해창 너머에서 침묵이 흐릅니다.
그 어떤 대답도 들리지 않습니다.
식칼은 반쯤 틈에 걸린 채 그대로입니다.
자리에서 일어날까요.
호르헤:....
호르헤 는 침묵을 견딜 수 없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듣기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70/35/14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도문을 중얼거리는 마리우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마리우: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miserere nobis.
Agnus Dei, qui tollis peccata mundi, dona nobis pacem.
라틴어네요.
호르헤:부디...자비를 베푸소서.
호르헤 는 나직히 따라 기도문을 내뱉는다.
고해소를 빠져나와 성당의 정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무도 없습니다.
모든 신자석은 텅 빈 상태입니다.
호르헤:....
호르헤 는 빈 성당을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며 천천히 둘러본다.
성당 내부를 살피면 단상 위 제대에 놓인 일기장이 보입니다.
실수로 떨어트린 듯 구석에 아슬하고 어설프게 나동그라져 있습니다.
호르헤 는 천천히 걸어가 일기장을 펼쳐본다.
일기장은 마리우가 이곳에 처음 온 날부터 기록되어 있습니다.
읽으면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핸드아웃을 확인해 주세요.
xx. xx.
마녀를 죽여라.
이것이 내게 부여된 사명이다.
xx. xx
뱀의 아버지의 미움을 받은 이들은 이 멸망의 주체로 작용된다.
그들이 바란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세간은 그들을 ‘마녀’와 ‘악마’라 칭한다.
xx. xx.
찾았다. 마녀다. 저런 사람이 정말로 뱀의 저주를 받은 자란 말인가. 내 존재를 반가워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가짜 사제 노릇을 더 잘 해야 할까.
친밀함을 쌓기 위해 관계의 발전을 도모하고 좀더 관찰하기로 했다.
xx. xx.
‘마녀’란 무엇인가? 뱀의 저주를 대대로 받은 집안은 그 저주를 받은 사람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한 마을을 궤멸시킬 수가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단 하나도 눈치 채지 못한 것 같다.
이유도 모르고 내 손에 의해 죽게 되는건가.
xx. xx.
갈수록 대의를 위해 마녀를 죽이는 일에 망설임이 깃든다.
xx. xx.
마리우 칸시오 다 콘세이상.
나만이 할 수 있어. 저자가 죽지 않으면 온 세계가 멸망할 지도 모른다.
xx. xx.
아, 신이시여.
xx. xx.
전 그를 죽일 수 없습니다.
xx. xx.
전 그 그를 죽일 수 없어요.
xx. xx.
내 일기장을 본 박사가 불같이 화를 냈다. 나약한 소리만 할 거라면 무엇하러 이곳에 왔냐고. 신음하는 환자들이 보이지 않냐고. 전염병에 쓰러진 시체가 보이지 않냐고.
xx. xx.
방해물이 뭐냐 물으셨습니까.
그건 내 흔들림이다.
xx. xx.
오늘 그의 집에 불을 질렀다.
견디지 못하고 결국 꺼내 오고 말았다.
xx. xx.
그래.
이젠 정말 해내야 한다. 이곳은 막다른 길이다.
마을 사람들의 공포가 증폭되었다. 그를 내가 끝내지 않으면 이곳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가 마지막 저주를 받은 자니까, 그만 없으면,
그가 없으면,
그가 없다면…
이성롤을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63/31/12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1d2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rolling 1d2
()
2
2
호르헤의 이성이 2 감소합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사하시는 주여,
저희에게 평화를 주소서.
너무나도 확실한 단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강타합니다.
내가 악마야.
호르헤, 바로 당신이 악마입니다.
이 모든 전염병을 일으킨 장본인. 뱀의 저주를 받은 사람. 마을을 멸망시키는 자.
아, 그래요, 당신이 마녀입니다.
호르헤:하하....
호르헤 는 작게 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며 일기장을 내려두고 한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린다.
제단 앞에 서 있는 당신이 등을 돌리면 스테인드 글라스의 빛과 성당 문 입구에서 뿜어져나오는 모든 빛을 온몸으로 받고 서 있는 마리우가 충격으로 점철된 눈으로 당신을 봅니다.
당신과, 당신이 들고 있는 일기장을.
마리우:...
관찰 롤 굴려주세요.
호르헤:
기준치: | 75/37/15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의 손에 칼이 쥐여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어떤가요?
자신이 죽어야 세상이 구원 받게 된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된 기분은?
어떤가요.
눈앞에 떨어진 당신의 운명을 마주하게 된 기분은?
모든 사실을 호르헤가 알았다는 것을 깨달은 마리우가 전부 내려놓은 얼굴로 웃습니다.
마리우:...형제님. 아니 호르헤.
호르헤 는 곧 울것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는다.
호르헤:...
마리우:나는 오늘 당신을 죽일겁니다.
호르헤에게 고해합니다. 사형 선고입니다.
이제 단두대는 그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마리우:...
호르헤 는 눈을 감고 미소를 머금은채 두팔을 양쪽으로 조금 벌린다.
호르헤:부디...
죽음으로 자비를 베푸소서.
마리우:...왜 살려 달라 빌지 않아.
호르헤:더이상 즐겁지 않으니깐요....
마리, 너의 손길과 경멸 어린 눈. 그리고 매도하는 모든 목소리가 너의 기쁨을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인걸 알았으니깐.
호르헤 는 말을 마치고 다소 포기한 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본다.
호르헤:더 이상 즐겁지가 않아....
마리우:...같이 죽어 달라는건 무슨 마음이었지?
호르헤:네가 악마라 하더라도, 널 죽이고 혼자 살 용기 같은건 없으니깐.
마리우 는 칼을 고쳐쥔다.
마리우:지금은 마음이 바뀌었겠지?
즐겁지 않으니까. 그렇지 호르헤?
호르헤:내가 원하면 같이 죽어줄테야?
그럼 마지막까지도 기쁠 수 있겠어.
마리우 는 웃음을 터트린다.
마리우:...즐겁지 않다며?
호르헤:적어도 나를 향한 일말의 동정감만큼은 사실일테니.
나를 향한 너의 감정은 모든게 거짓처럼 느껴지지만 나와 같이 죽는다면 그거 하나는 진심이겠지.
마리우:죽음으로... 증명된다는 심보인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에, 행동에 도덕성이라곤 없는... 그런...
호르헤:참으로 악마다운 사고 아닌가. 여지껏 왜 나는 몰랐을까.
마리우:...
마리우 는 허탈하게 웃었다. 칼을 든 채로 허술하게 얼굴을 가리고 웃느라 자잘하게 생채기가 났지만 신경쓰지도 못하고.
마리우:동정이 아니야.
그렇게 말해봤자 네가 믿을 리는 없겠지. 말로 증명될 것이 아니니까.
고백합니다.
고해합니다.
마리우:동정이 아니야 호르헤.
이 세상의 가장 큰 악을 고작 동정때문에 여지껏 지우지 못했을까.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해.
끝내 나는 너를 죽이지 못하겠노라고.
마리우:그러니 방법은 하나 뿐이겠지.
그러니 남은 방안은 단 하나뿐이라고.
막을 새도 없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를 했을까요.
그 웃음이 마지막 인사라도 됐을까요.
칼날이 치켜 올라가더니 푹, 누군가의 심장을 꿰뚫는 소리가 들리고 망막 위로 피가 번집니다.
쓰러지는 마리우가 보입니다.
달려가 끌어안으면 이미 서서히 숨져가고 있습니다.
피 묻은 손끝이 당신의 뺨을 쓸었던가요.
그리고 그게 끝이었나요.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한 황홀한 빛이 당신과 그를 비춥니다.
아, 마치 성모가 자신의 아들을 살려달라 안아든 채 기도하는 것만 같습니다.
신이시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 한 사람의 생명이 소멸됩니다.
남은 것은 칼, 제단, 시체가 된 구원자, 그리고 마녀.
-
마리우 로스트
혼자 남은 호르헤는 무슨 선택을 하나요?
호르헤 는 그의 손에서 떨어진 식칼을 들어 제 심장을 찔러넣는다.
호르헤:..위선자.
이로써 세계여, 영원히 안전하시라.
누군가의 피로 젖었던 칼날이 그의 피로 다시 젖고, 이미 붉어진 제단이 당신의 피로 다시금 물듭니다.
호르헤 로스트
세상의 구원
*
END 2. 참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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